우리 국민 하나금융 등 3대 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 간에 리딩뱅크가 되기 위한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최근 외환은행 인수,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 영업망 확대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일등 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한 도전에 돌입했다. 금융계에서는 금융계 거물 3인방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특히 김승유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어윤대 회장과 이팔성 회장은 각각 고려대 경영학과와 법학과 63학번으로 동문이어서 주목된다.
◆리딩뱅크 꿈꾸는 김승유=김승유 회장은 최근 많은 금융사가 군침을 흘렸던 외환은행을 전격 인수해 승기를 잡았다. 우리금융과 가장 유력한 합병 파트너로 거론됐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로 이 같은 염려를 떨쳐버리고 4강 체제 구축이라는 전기를 마련했다.
김 회장은 이제 하나금융을 국내 4강을 넘어 글로벌 금융사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장밋빛 청사진이다. 막대한 인수자금을 효율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나 외환 인수 통합효과 극대화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김 회장이 최근 외환은행 경영에 참여할 파트너를 찾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전략적 투자자 모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계 은행을 포함해 다각도로 접근해 성공시킨다는 것이 김 회장 목표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지난 월요일부터 실무진 차원의 본격 활동에 들어갔고, 김 회장은 다음주 초 직접 유치에 나선다.
김 회장은 1일 오전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하나금융 창립 5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주일간 미국과 영국 등을 돌며 투자자와 접촉할 예정"이라며 "전략적 투자자는 국외에서 영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팔성, 독자 민영화 승부수=매일 오전 9시면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23층 회의실은 북적거린다.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면서 이팔성 회장 주재로 매일 오전 지주사 임원들이 참석하는 민영화 대책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한 임원은 "오전에 정례적인 회의를 하지만 도중에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회장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하루에 두세 번 이상 긴급회의가 소집된다"며 "회의시간에는 항상 비장한 긴장감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회의가 소집되는 일이 다반사다. 독자 민영화에 대한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2008년 6월 취임하자마자 내세운 최대 목표 중 하나가 우리금융 민영화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둘 때가 다가왔다.
이 회장은 회의석상에서 종종 "월급쟁이에게 임원은 덤으로 사는 것인 만큼 임원들은 모든 걸 걸고 독자 민영화를 이뤄내야 한다"며 "안 되면 모두 옷 벗을 각오를 하라"고 임원들을 독려한다고 한다.
일단 현 상황은 이 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먹혀들어가는 분위기다.
정부 지분 전량(56.97%)을 매입하겠다는 후보는 우리금융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컨소시엄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해도 9곳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하나금융지주 변심으로 제기됐던 유효경쟁 무산에 대한 염려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현장 제일주의 어윤대=눈앞의 인수ㆍ합병(M&A)으로 분주한 우리ㆍ하나금융과는 달리 어윤대 회장은 공식행사를 줄이고 지방 영업점을 순회하는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취임 직후 당분간 몸집 불리기가 없다고 선언한 어 회장은 일단 조직 경쟁력 강화라는 카드를 내세웠다.
어 회장은 지난달 22~29일 아예 서울을 비우고 부산ㆍ경남지역에 머무르며 영업기반 확대를 지원했다. 지주 회장이 서울을 일주일 이상 비웠다는 자체가 업계에선 파격으로 인식된다.
그의 이런 행보는 국민은행이 그간 안팎의 분란에 시달려 오면서 `살림`을 챙기는 데 소홀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취임 초 내부개혁과 명예퇴직 등 조직ㆍ인사개편은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안팎에선 "어 회장이 내년 KB금융 실적으로 `CEO 효과`를 노린다"는 평가가 많다.
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면담하는 등 본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업 확대에 노력 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공상은행과 제휴 등 국외 네트워크 확대에 대해서는 `성과가 우선`이라는 원칙하에 협의를 계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 김태근 기자/손일선 기자/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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