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산촉법 개정안에 말라가는 대학 기술지주회사

지난 2008년 ‘대학 벤처의 요람’을 자처하며 화려하게 시작한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관련 법률 개정작업 지연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따른 법률(산촉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10개월 가까이 발이 묶이면서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때문에 현금 유동성 부족과 투자 유치의 어려움이 자본 잠식까지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발의로 상정한 산촉법 개정안은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현물(기술) 의무 출자 비율을 50%에서 20%로 낮추고, 기술지주회사가 운영비 충당을 위해 일부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출자된 기술을 6개월 내 자회사에 재출자할 경우 기술가치평가를 면제하도록 했다. 대학기술지주회사의 경영난을 해결하고, 자본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다.

하지만 개정안 장기간 통과되지 않으면서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의 운영이 어려워져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접는 게 낫다”는 하소연이 담당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의 기술사업화 과정은 곳곳에서 암초투성이다. 실험실 수준의 대학 연구 기술을 출자받아 제품화 과정까지 가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일단 자금 충당부터 발목이 잡힌다. 현물출자 비율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5억원의 자본금을 늘리려고 해도 가치평가상 5억원에 달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구조다. 또 자회사 설립시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기술가치평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다 자본금에 비해 과다하게 지출되는 특허 유지비와 보유특허의 감가상각비는 대학 지주회사의 자본금 잠식을 초래하고 있다. 50 대 50으로 기술지주회사의 총자본금을 구성하는 특허의 평가 가치가 줄어들면 현금도 감자할 수밖에 없다. 현금 유동성 부족이 가중되는데다, 재무제표상으로 두 배의 자본금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종 투자 유치에도 장애 요소가 된다. 총자본금의 50% 이상인 사업화하지 못한 특허 유지비의 규모도 경영에 직접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9월 설립한 지 1년을 맞은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의 송승용 경영전략실장은 “특허는 이를 이용해 수익 창출을 하기 전까지는 유지비를 지출해야 하는 ‘비용’에 불과하다”며 “현재 법으로는 특허를 수익화하기 위해서 또 다른 비용인 특허를 출자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자산 95억원 규모의 이 회사가 1년 사이 지출한 유지비만 해도 수억원에 이른다.

지주회사가 직접 펀드를 운영할 수 없고, 벤처캐피털 설립도 허용되지 않는 점도 성공적 사업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한 대학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벤처회사 경영에 대해 전혀 노하우가 없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탁상공론으로 짜낸 규제들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이 다 없어질 판”이라며 “현물출자 비율을 없애고 일정부분 영리활동 및 집합투자기구 결성을 허용한 지경부 소관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촉진법’을 벤치마킹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산촉법 개정안은 올해 교과위 1차 상정법안에도 포함되지 않아 연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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