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천편일률적 차세대는 이제 없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금융권 2기 차세대 시스템 전망지난 2000년대 초반에 본격화된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얼추 마무리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아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내년 초에 시스템 구축에 나설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은행과 대형 보험사 및 증권사들은 대부분 1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무려 10년 가까이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2000년 초중반 차세대시스템을 개통한 기업들은 이미 신시스템 구축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거나 본격적인 밑그림 작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금융권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2001년과 2004년 차세대 시스템을 각각 가동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2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은 민영화 이슈 때문에 아직 답보 상태이지만 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신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다.
보험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이미 2기 차세대를 진행해 시스템 오픈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한생명은 IT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정보전략계획(ISP)를 수립 중이다. 교보생명은 내년 3분기부터 버전3(V3)로 불리는 2기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현재 밑그림 작업에 해당하는 ‘마케팅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 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원장이관 프로젝트 이후 대부분 최근 3~4년 내에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아직 2기 차세대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이 글로벌 투자은행(BI)을 목표로 비교적 큰 규모의 통합 트레이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2기 차세대로 보긴 어렵다. 현재 상당수 증권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차세대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
◇2기 차세대란 무엇인가=2기 차세대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난무하지만 대대적인 시스템 교체나 개편, 고도화, 비즈니스 중심 활용방안 극대화 등이 모두 2기 차세대로 정의될 수 있다. 즉 빅뱅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작업뿐만이 아니라 기존 차세대 프로젝트 때 미진했던 부분들을 보강하는 것도 포스트 차세대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부터 진행될 금융권 2기 차세대 프로젝트는 빅뱅과 인하우스 개발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선 최신 계정계(기간계)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상품과 고객 측면에서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경쟁 구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따라서 프로젝트의 대상 범위와 우선순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비즈니스 아키텍처(BA)를 먼저 정립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런 방식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급변하는 환경과 기술에 대응해 시스템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요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금도 기업들은 전사 차원의 시스템 모델링을 통해 모듈화와 컴포넌트화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는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 방식에서는 기존의 획일적인 빅뱅 방식뿐만이 아니라 단계별 방식이 가미될 것이며 개발 방식도 인하우스, 모델 혹은 패키지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혼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채널에 대한 아키텍처 표준 정립도 2기 차세대에서 처리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인프라 개선은 사실상 끝났다”=2000년대에 추진된 1기 차세대는 IT를 통한 금융경쟁력의 향상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본의 초과공급과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사들이 고객을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비즈니스에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최우형 삼성SDS 금융컨설팅팀장은 “이런 상황 때문 고객과 상품, 채널 등 세 분야에서 영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대대적으로 추진됐다”며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채널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계정계 시스템의 고도화가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기업들은 고객정보와 채널을 통합하고 상품팩토리 등을 통해 타임 투 마켓 실현과 비용효율화를 시도했다. 전사 데이터웨어하우스(EDW) 등 정보계 인프라 개선과 보안 강화도 동시에 추진됐다. 지난 10년 동안 금융권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고도화해온 것이다.
2000년대에 진행됐던 차세대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계정계 또는 계정계와 정보계를 한꺼번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빅뱅 방식으로 대변될 수 있다. 빅뱅 방식은 리스크가 크고 일정 기간 동안 업무개선 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도 빅뱅 방식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신종승 LG CNS 금융1사업부 총괄컨설턴트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업들은 하나같이 모두 빅뱅 방식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며 “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과 상호 연계된 시스템들로 인해 단계별 개발이 힘든 국내 금융시스템 환경이 주된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과 주요 보험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자바를 활용한 시스템 개발 등이 1기 차세대 프로젝트의 특징 중 하나이다.
◇2기 차세대, 추진과 개발 방식 다변화=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금융권 2기 차세대를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전체적으로는 금융지주사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지주사 차원의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 통합 IT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계열사 간 상품 교차판매를 유연하게 지원할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마케팅을 지원할 수 있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고도화도 요구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최고정보책임자(CIO)인 백성식 상무는 “2기 차세대에서는 시스템의 기능을 각각 개발하지 않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어떤 채널이 추가되더라도 컴포넌트화를 통해 개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통합 관점의 개발환경을 강조했다.
그는 “개발 방식은 기존과 달리 선행사의 우수한 모델을 도입해 수정하는 모델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모델 방식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해 금융업종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다양해진 파생상품을 지원하는 것도 2기 차세대의 필수 요소 중 하나다. 김병철 대신증권 전무는 “전 금융권에 걸쳐 파생상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품들을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통합시키려면 시스템의 유연성과 확장성이 요구된다”며 “이제 필요한 인프라는 구축돼 있는 만큼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고도화하는 것이 2기 차세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기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특징은 추진 방식의 다변화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동안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는 빅뱅 방식 하나로만 추진됐다.
일각에서는 1기 차세대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됐기 때문에 리스크가 줄어들어 향후에도 빅뱅 방식이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2기 차세대를 준비 중인 기업은행과 대한생명의 경우 정보전략계획(ISP) 프로젝트와 내부 검토를 거쳐 빅뱅 방식을 사용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분명한 것은 1기 차세대처럼 무조건적인 빅뱅 방식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프로젝트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추진 방식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비용효율성과 비즈니스 전략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효과가 높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집중되는 데서 오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개발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종승 총괄컨설턴트는 “1기 차세대는 빅뱅 방식과 인하우스 개발, 국내고객 중심으로 대표된다”며 “하지만 2기에서는 단계별 프로젝트 방식과 모델이나 패키지 기반 개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표준화 등으로 프로젝트 추진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권은 패키지가 자사 업무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인하우스 개발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시스템 패키지를 메트라이프생명이 도입한 사례처럼 선행 기업의 패키지나 대형 IT서비스 업체의 검증된 솔루션을 통한 모델 기반 프로젝트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델 기반 프로젝트는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즈니스 중심 유연한 시스템 구현이 핵심=신 총괄컨설턴트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내 개발 인력 수급현황과 주요 제품들 간의 호환성 등을 고려하면 은행권에서도 자바 개발언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은행이 차세대 프로젝트 당시 계정계는 C언어로, 나머지 부분을 자바 언어로 개발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했지만 은행권은 타 금융권에 비해 자바 기술의 도입 사례가 많지 않다. 확장성과 안정성 등 자바가 지닌 장점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느리고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주요 보험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바 기반의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에서도 자바 도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채널이 증가함에 따라서 기존 채널과 통합, 새로운 채널을 위한 모바일 아키텍처의 정립도 2기 차세대의 주요 과제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홍근 액센츄어코리아 전무는 “모바일 채널과 기존 채널들 사이에 새로운 채널 전략과 이를 지원할 인프라 구축이 2기 차세대의 큰 축으로 자리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통합 모바일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상품팩토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금융상품주기관리(FPLM)도 2기 차세대에서 주목할 만한 개념이다. FPLM은 상품의 구상부터 개발, 출시,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의 관리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2기 차세대가 1기 차세대와 비교해 여러 다양성을 갖고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은 비즈니스 지향의 유연한 시스템에 있다고 강조한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2기 차세대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와 IT로 구성된 혼합팀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업과 비즈니스 중심’이 2기 차세대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근 전무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향후 비즈니스의 방향성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따라서 2기 차세대는 유연성 있는 시스템과 이를 위한 아키텍처 정립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금융권 2기 차세대 이렇게 달라진다
<소박스>금융IT 전문가들의 금융권 2기 차세대 전망
<사진>김홍근 액센츄어코리아 전무
-기존 차세대가 상품팩토리와 자바 기반 개발, 다운사이징을 특징으로 했다면 향후에 진행될 차세대는 통합과 유연성,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엔터프라이즈 관점 모듈화가 중점이 될 것이다. 또한 시스템 오픈 이후 자기 IT 조직을 통한 유지보수 능력에 중점을 두고 거버넌스 관점에서 시스템과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정립될 것이다.
<사진>정일 투이컨설팅 이사
-1기 차세대의 중점 분야는 코어뱅킹이었다. 이는 IT를 활용해 업무를 통합하는 데 목적을 뒀다. 하지만 향후 차세대의 과제는 IT를 비즈니스 기술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상 분야는 주로 분석 및 예측, 의사결정 등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이다. 또한 향후 금융IT는 극단적 개인화, 외부 연계성 강화, 소셜 네트워크 접목 등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사진>최우형 삼성SDS 금융컨설팅팀장
-프로젝트의 방식이 각 기업의 전략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비용효율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투자수익률(ROI)을 따져 프로젝트의 순서를 정하거나 리스크가 적은 부분부터 진행하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신 인프라를 갖추었기 때문에 기업이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프로젝트 진행이 예상된다.
<사진>신종승 LG CNS 금융1사업부 총괄컨설턴트
-개발 형태는 인하우스 개발보다는 모델 혹은 패키지 방식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검증된 사례를 통해 비용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며 자바 기반 개발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또한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빅뱅 방식은 매력적이지만 내부역량과 인력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