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되는 법이요? 바로 ‘비즈니스’에 정답이 있습니다.”
브렛 그린스타인 IBM GMU(Growth Market Unit) 비즈니스혁신·정보기술(IT)부문 부사장은 요즘 IT 관련 회의보다 비즈니스 관련 회의에 더 많이 참석한다. ‘테크놀로지 리더’보다는 ‘비즈니스 리더’가 되겠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상하이에 머물며 IBM GMU 소속 현지법인들의 CIO 역할을 하는 그린스타인 부사장은 최근 국내 기업 CIO와의 만남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GMU에는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중유럽, 동유럽, 아프리카 등이 속한다.
◇다양한 경험이 ‘자산’=그린스타인 부사장은 CIO의 새로운 덕목으로 다양한 경험을 꼽았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CIO가 테크놀로지 리더에서 비즈니스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자신은 이를 이루기 위해 IT가 아닌 비즈니스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린스타인 부사장은 IBM 비즈니스트랜스포메이션, 아웃소싱, 제품개발 부문 등에 다양하게 참여했다. 지금도 제조·영업·비즈니스 회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다른 부서의 도전 과제와 이슈를 귀담아 듣고 있다.
그는 “개인 일정의 대부분을 비즈니스 이슈에 맞추고 IT 관련 비중은 일부러 적게 가져간다”며 “의도적으로 비즈니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IT가 더 편하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비즈니스와 접점을 더 늘려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략적 성장에 초점=IBM은 세계 170여 개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말 그대로 글로벌기업이다. 그만큼 IT 부문에서도 일관된 정책과 효율적인 정보화 전략이 요구된다.
그린스타인 부사장은 IBM에 효율적인 IT 운영을 위해 각 지역과 본사를 연계하는 거버넌스팀이 있다고 소개했다. 거버넌스팀은 본사는 물론이고 지역본부에도 총괄 담당자를 두고 있다. 이들은 각 지역이나 나라별로 정보화 프로젝트가 추진될 때 사업 규모와 시기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전략적 성장이다. 그린스타인 부사장은 “IBM은 신규 IT프로젝트 시 향후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한다”며 “비즈니스 규모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중앙화된 인프라 위에서 손쉽게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도록 유연한 환경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모든 기업의 화두로 떠오른 모바일 오피스도 마찬가지다. IBM은 지역별 요구뿐 아니라 전사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된 솔루션을 도입했다.
앞서 한국의 일부 기업이 빠른 도입만 추구하다가 뒤늦게 모바일 오피스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재구축 작업에 들어간 것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자=그린스타인 부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한국 기업 CIO들에게도 조심스럽게 발전방안을 조언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스마트워크’ 열풍에 대해서 단순히 원격근무라는 물리적인 요인만을 바라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타인 부사장은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스마트워크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스마트워크는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 표준화해 직원들이 더 적은 시간에 보다 높은 생산성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좀 더 ‘파워풀’해지는 것이 스마트워크의 가장 큰 목표라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이 최근 활발하게 추진 중인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린스타인 부사장은 모든 시스템 구축사업은 빠른 속도가 관건이지만 전체 환경을 아우르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모, 속도, 가치의 세 가지 요소를 두루 살펴야 한다”며 “보다 적은 규모의 사업으로 보다 많은 가치를, 보다 빠른 속도로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또 다른 화두인 클라우드 컴퓨팅은 도입 목적을 명확히 정리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답을 먼저 정해 놓은 뒤 여기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거친 후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린스타인 부사장은 “IBM 역시 내부 협업 시스템이나 스토리지 인프라에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했지만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가장 효과적인 구축방법을 찾다 보니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해결책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력:브렛 그린스타인 부사장=2008년 4월부터 IBM의 GMU 소속 비즈니스혁신·정보기술부문 부사장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있다. IBM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부에서 제조시스템과 자동화 기술을 연구했으며, 이후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비즈니스트랜스포메이션 아웃소싱 등의 부서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