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일찌감치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한 기업은행은 2008년부터 2기 차세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2000년대 후반에 차세대시스템을 개통한 다른 금융사에 비해 4, 5년의 격차가 있는 만큼 최신 기술과 사상을 접목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소지섭 기업은행 IT총괄부장은 “다른 은행들이 최근 몇 년 새 다양한 신시스템을 오픈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졌다”며 “약한 부분은 보완하고 강한 부분은 더욱 강하게 하자는 것이 2기 차세대를 준비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8년 이미 한 차례 전략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액센츄어코리아가 전략 부문을, 한국IBM이 서버 부문을 담당했다. 지금 기업은행이 진행 중인 서버통합 프로젝트는 당시 한국IBM과 수행한 컨설팅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전략 부문 컨설팅의 결과물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2기 차세대를 위한 상세 계획 수립 작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 당시 도출된 결과물에 그동안 변화된 부분들과 사용자 요구사항을 수렴해 반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7월부터 내부 인력 32명으로 구성된 포스트 차세대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해왔다.
이 TFT에는 비즈니스 아키텍처(BA)와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다. 건물을 지을 때 설계전문가가 필요한 것처럼 IT 상세계획을 세우는 데 이런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게 소 부장의 설명이다.
기업은행 포스트 차세대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TFT에도 비즈니스 인력이 10여명 포함돼 있다. IT 관점이 아닌 비즈니스 주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기업은행의 복안이다.
이는 △금융지주에 대응한 시스템 기반 마련 △쉽고 빠른 사용자 환경 구현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채널과 트렌드 반영 △미래 IT를 지향한 IT 인프라 개선 등 기업은행이 세워 놓은 4가지 사업 방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4가지 방향에는 각각 4~5개씩 17개의 세부 전략이 포함돼 있다. 기업은행은 이를 중간보고 형태의 자료로 정리해 올 연말 경영진을 대상으로 중간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중 경쟁력 개선이나 현장 측면에서의 지원이 시급한 부분은 ‘퀵-윈’ 과제로 정해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필요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구축을 염두에 둔 컨설팅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게 기업은행의 입장이다. 이 컨설팅 결과에 따라 빅뱅이나 단계별 사업 방식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2기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 부장은 “프로젝트 추진형태는 빅뱅과 단계별 방식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뱅 방식은 단기간에 대형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 현업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인력 수급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단계별로 추진할 경우 항공기가 공중급여를 하듯이 업무지원이 이뤄짐과 동시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래 기간이 소요되고, 자칫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각 단계별로 치밀한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은행은 내년 상반기경 프로젝트 추진 방식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