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으로 증시는 패닉 상태를 예고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도발 행위에 전문가들도 증시의 방향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북한 도발 소식이 장마감 시간에 전해져 23일 증시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주요 종목이 줄줄이 하한가(-5%) 근처까지 떨어져 24일 개장초반 증시 충격을 예고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급락
이날 정규시장 종료후 북한 도발사실이 알려지자 시간외 거래(3~6시)에서 전 종목이 하한가에 가까이 폭락했다.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의 종목들에 투매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외 거래에선 상하한가폭이 ±5%인데 대부분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현대중공업과 기아차가 하한가를 기록했고, 신한지주(-4.54%) 삼성생명(-4.48%) KB금융(-4.31%) 등도 큰폭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요 대형주 가운데 서울반도체 CJ오쇼핑 SK브로드밴드 포스코ICT 메가스터디 네오위즈게임즈 등이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도 4.61% 급락했다.
이처럼 북한발 충격이 시간외 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쳤지만, 시간외 거래 장 막판에 투매 현상이 조금이나마 진정된 것은 주목할만 하다. 실제 신한지주 등 일부 종목은 하한가까지 떨어졌다가 종료직전 낙폭이 다소 줄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시가총액 9위인 다음이 시간외 거래 때 하한가까지 밀렸다가 결국 0.89% 상승으로 마감했다.
채권시장도 북한의 연평도 포탄 발사 소식에 장 막판 약세를 보였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채권 값 하락) 3.42%,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6%포인트 상승한 4.07%로 마감했다.
■과거에는 빠른 회복세 보여
과거에도 북한이 도발이 있거나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주식 시장은 영향을 받아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단기 충격에 그쳤을 뿐 대부분 빠르게 정상 상태로 회복했다.
1996년 4월 북한의 판문점 무력시위에서부터 1999년 연평도 인근 해역의 연평해전, 2003년 1월의 북한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 탈퇴선언을 비롯해 2006년 북한 핵실험, 올 3월 북한의 천안함 공격 등 남북긴장 사태가 반복되었지만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가 곧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6년 이후 올해까지 있었던 남북긴장사태 중 사건 당일 증시가 가장 많이 빠진 사건은 2002년 1월 30일 있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3.18% 하락했고 외국인은 2234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5거래일 평균으로는 1.27% 하락에 그쳤을 뿐이다.
최근 사례로는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공격이 있었다. 천안함이 침몰한 올 3월26일 이후 첫 개장일인 29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0.91%까지 하락한 1681.99까지 밀렸지만 곧 회복세를 보이며 전일 대비 0.34%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한 달 후 코스피지수는 1750선까지 올랐다. 물론 사건 발발부터 개장일까지 이틀간의 휴장이 있어서 충격을 완충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남북의 직접적인 충돌도 큰 혼란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과거보다 클 것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연평도 도발 사건이 이전의 남북 대립보다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의 남북긴장사태가 주로 북한의 핵심험과 같은 `시위용`이었거나 남북이 직접 대치하더라도 천안함 사건과 같이 군과 군의 대결이었지만 이번 사태는 북한이 우리 영토내의 민가를 향해 직접적인 사격을 했기 때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이전 천안함 침몰 사태가 군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면, 연평도 도발은 군은 물론이고 민간인까지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사태가 더 심각하다"며 "중국 긴축과 맞물려 올해 증시는 고점을 찍고 당분간 템포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도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종가에 선물이나 국채가격이 많이 빠졌다"며 "함포사격 등이 아닌 특정 지역에 직접적으로 포탄을 쐈다는 점에서 증시영향도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증시 수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급냉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사태 이후 외국인 유동성은 약화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차익성 매물이나 경계성 매물을 내놓는다면 그 영향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태가 국지전 등으로 확전되지 않는다면 단기 충격 이후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단기 영향에 그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클 수 있으나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전투기와 장거리포를 동원한 전면전이나 국지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경우 과거 일시적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처럼 하락 후 반등의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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