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지 그리고 대응을 위한 준비·수단·조직’
위기에 강한 조직의 4가지 특징으로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보고서 ‘고신뢰 조직’에서 꼽은 항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신뢰 조직은 작은 실패에도 큰 관심을 가진다. 외견상 사소한 오류일지라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실수 및 사고는 대형 참사의 사전 징후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1986년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공중 폭발 사고는 두께 1㎝의 고무패킹이 사고 당일 최악의 상황과 결합해 나타났다. 고무패킹은 평소에도 자주 손상됐지만, 중대한 문제를 유발하지 않아 간과했던 부품이다.
위기 대응 체계의 일상화도 고신뢰 조직의 특징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위기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대처 방안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형태다. 위기 상황에서는 업무 매뉴얼, 위기대응 지침서 등을 확인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반복 연습을 통해 대처방안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칼린 로버츠 버클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면, 상상할 수 없었던 최악의 경우에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일정 수준의 여유자원 확보도 중요하다. 위기상황에서는 여유자원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여유자원은 오히려 조직 내 긴장감을 훼손하므로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요구된다.
전 조직원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권한을 조직 전체에 과감하게 분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위기 앞에서 조직 전체가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동시에 의사결정 권한이 상층부에 집중될 경우 과도한 정보량으로 인해 그릇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2007년 뉴욕타임스로부터 최고의 이벤트 기획업체로 선정된 엘리자베스 앨런은 장소 섭외에서부터 음식 준비, 와인 선정, 행사 진행 등을 분야별 담당자에게 최대의 자율성을 보장해줬고, 이는 고객 기대수준을 충족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관리 수준에 그쳤던 관행에서 탈피한 결과로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김상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일상 업무에서 효율성이 다소 감소할지라도 고신뢰 조직을 구축해 위기 상황 시 뛰어난 대응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업무 프로세스가 긴밀하게 상호 연결돼 위기의 파급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고신뢰 조직의 필요성은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고신뢰 조직의 4대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