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판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1위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시가총액을 앞질렀다는 유쾌한 소식이다. 박태환 선수가 연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승전보를 보내오는 것만큼 흐뭇한 뉴스다.
엔씨소프트가 기업 가치에서 EA를 앞선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EA는 우리 게임업계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인이었다. 매년 EA가 출시하는 축구·야구·농구 등 PC게임은 한국에서도 흥행 보증 수표에 가까웠다. 소프트맥스, 손노리 등 내로라하는 국내 PC 게임업체들이 대항마로 나섰지만, EA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곤 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영원한 메이저’를 따돌렸다니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EA 아성이 무너진 것은 게임업계의 패러다임 변화 때문이다. 2000년대 접어들며 인터넷 환경이 확산되면서 게임도 온라인으로 연결된 멀티플레이가 각광받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는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이라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하면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했다. PC와 콘솔 등 패키지 시장에 안주한 EA가 뒤늦게 온라인 게임시장에 고삐를 죄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엔씨소프트가 매출이 10배나 많은 EA의 시가총액을 앞지른 것도 이 같은 미래가치가 더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뒤바뀐 글로벌 게임 강자 이야기는 한편으로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시장의 변화 읽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해나가면 또 다른 신화도 가능하다. 반대로 현실에 안주하는 1등 기업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될 수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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