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씨가 충격속에 물러난다. 2001년 벤처 성공신화를 대표하던 메디슨 회장직에서 퇴임한지 10년만이다. 당시도 벤처업계는 충격에 빠졌었다. 1985년 메디슨 설립 후 한국에 벤처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벤처기업협회를 만들고, 코스닥·스탁옵션·벤처기업특별법 등 수많은 정책을 제안하고 일궈낸 것이 바로 이 회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장을 ‘벤처대부’ ‘벤처신화’라고 부른다.
현 시점에서의 그의 퇴진도 중소·벤처업계는 충격이다. 1년 3개월여 길지 않은 기간, 그는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정부(국무총리 임명)쪽에 있으면서도 중소벤처기업에 귀를 열고 정부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개선, 비보복 정책 확산, 신용보증기관 연대보증 문제 개선, 채무 회생 등 굵직한 업적이 다수다.
임기 절반 이상을 남겨 놓은 시점에 그는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그럼에도 문제의 본질인 실체에 대해서는 ‘엄청난 상부’라고만 언급했다. ‘물러나는 와중에 공개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설득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다. 더 이상 파장 확대를 원치 않았다. 호민관실의 ‘독립성’만을 지켜내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가 사임 이유에서 밝힌 ‘독립성 유지 호소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그의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절실했다.
이 호민관이 이날 간담회에서 읽어나간 글 ‘호민관을 사임하며’ 마지막 부분에는 ‘개인의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고, 대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며, 그로 인해 발전하는 국가를 그립니다’라는 문장이 담겨 있다. 그의 진심이며, 그가 호민관으로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신념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호민관이 요구한 ‘독립성’은 호민관실 기관 특성상 절실하다. 이에 이의를 달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 호민관의 이번 사퇴를 조용히 눈 감고 넘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기업호민관(중소기업옴부즈맨)은 정부 입맛에 맡는 규제를 푸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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