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호민관, "독립성 찾기 위해 사퇴"

16일 사직서를 제출한 이민화 기업호민관(중소기업옴부즈맨)은 퇴임 사유로 ‘정부에 의해 기관 독립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그 주체에 대해서는 ‘엄청난 상부’라고만 언급했다.

이 호민관은 이날 서울 광화문 기업호민관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서 “전부처의 규제 혁신을 위하여 전방위 대처하는 호민관실이 특정 부서의 통제하에 들어가면 이미 규제혁신을 불가능해진다”며 “거듭되는 통제는 더 이상 호민관실의 모든 규제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퇴결정에 계기가 된 문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과정에서 나타났다. 간담회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호민관은 대·중소기업 문제점 개선을 위한 호민인덱스(대·중소기업 공정거래 평가모형) 시범실시 등 규제 개혁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 했으나, 정부의 간섭과 제동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10월12일 호민인덱스 시행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지 요청을 받았으며, 호민인덱스 시범조사를 위한 설문조사<설문지 첨부> 조차도 제동이 걸렸다. 공청회는 이 호민관의 설득으로 강행했지만, 설문조사는 중소기업청 등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 상부부처의 지시로 협조를 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이 호민관은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해야 한다. 하지만 (직원들에 대한) 인사와 예산권은 파견부처에 있다”고 독립성 보장이 안됨에 따른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기본적인 설문조사를 위한 이메일조차 직원을 통해 보내지 못했다면서 그 배경으로 ‘엄청난 상부’라고만 말할뿐 구체적으로 대상을 꼽지는 않았다.

이 호민관은 “일신의 보전을 위한다면 사퇴 이후 조용히 사라져야 하나, 국가의 장래를 위한다면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호민관실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견으로 마지막 의견을 올림을 이해바란다”고 말했다.

이 호민관은 호민관실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호민관실의 인사와 예산 독립을 법적으로 보장 △민간 출연을 통한 운영 예산의 허용으로 실질적 ‘반관(半官)반민(半民)화’ △호민관 선출 과정에서 중소기업 단체의 추천권 △무급 비상근 호민관을 상근 호민관 변경 등을 들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호민관실의 독립성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다만 우리 직원이 파견돼 있고 예산을 쓰고 있어 일부 관여할 수밖에 없다”며 “호민인덱스와 관련해서는 동반성장지수가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으로 서두르는 것을 만류한 것은 사실”이라고만 밝혔다.

이 호민관은 16일 3년 임기의 절반 이상인 1년8개월이 남은 가운데 16일 국무총리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기업호민관은 중소기업청 제청으로 총리가 임명하는 차관급 자리다.

<일문일답>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17일 기자간담회서 정부 중소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설립된 기업호민관실에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훼손의 주체에 대해서는 ‘엄청난 (정부) 상부’라고만 표현했을 뿐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대기업 입김에 대해서도 추측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 호민관과 기자들의 주요 일문일답.

-퇴임 결정의 직접적인 이유는.

▲일은 제가 직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해야 한다. (직원들의 업무는) 인사와 예산권이 있는 파견부처에서 할 수 있는 구조다.

-파견부처는 어디인가.

▲중기청이다. (지시한 곳은) 중기청이지만 지시한 곳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기청에 지시하도록 한 곳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

-호민인덱스 취지는 좋지만 역량상 동반성장위원회가 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넘긴다는 방침이다. 다만 제일 우려하는 것은 시간적 갭이다. 대책(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지수)이 나오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가 지날 것이다. 그 사이에 동반성장 분위기가 냉각되면 안 된다. 그래서 꼭 해야 하는 것이 시범조사다. 호민인덱스 공청회 시점인 10월 12일까지 동반성장지수는 용역조차 나오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는 것이 내년 상반기면 다행일 정도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혁신은 분위기가 중요하다. 현재 동반성장대책이 나온 지 50일이 지났다. 올해 지나고 6개월 동안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없으면 과거처럼 한 번 터뜨리고 지나가는 것으로 착각한다. 개혁은 지속적인 어젠다를 갖고 나아가야 한다. 호민인덱스를 하려고 한 것은 분위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퇴임 후 호민관실이 어떻게 되나.

▲빛과 그림자가 있을 것이다. 저 개인역량을 믿는 사람은 ‘그만두면 오히려 나빠지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내부에 인재들이 양성돼 있다. 제가 할 마지막 역할은 호민관실의 독립성 확보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반성장전략이 잘 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반반으로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추스르기를 바란다. 대통령 의지를 믿는다.

-대기업의 영향은 있었나.

▲독립성 훼손에 대기업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했겠는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의 의견이다. 추측을 안 해줬으면 한다.

-대기업들이 업무협조를 안하거나 반발한 사례가 있나.

▲아직 시범조사를 하지 않아서, 사례는 없다. (호민인덱스에 대해) 포스코는 ‘이대로 해도 좋다’. 현대차는 ‘몇 개만 고치면 된다’는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바는 있다.

-대중소기업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까지 정부와의 관계는.

▲규제개혁이 어렵다고 봤는데 지원부처에서 적극 지원했다. 타 부처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문제에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독립성이 여기서부터 훼손됐다. 일단 호민관실이 특정부처 통제 하에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부처에서는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 부처끼리는 주고받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호민관실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돼야 한다.

-총리와 대화를 나눴나.

▲없었다. 총리가 임명했지만 총리실이 지원기관은 아니다.

-업무를 어떤 식으로 막았나?

▲이메일조차 못 보내게 했다. 파견직원들이 파견부서의 지시로 거부했다. 모든 지원은 지원기관이 하도록 돼 있다. 제가 호민관실 독립을 써 놓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지원하기 위한 조직일 뿐이다.

-누구의 지시가 있었다고 봐야 하나.

▲엄청난 상부의 지시가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엄청난 상부는 어디냐.

▲정부 부처다. 우리 지원기관, 파견기관에 힘을 미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문제, 특정 부처의 문제로 안 가져갔으면 한다. 누구 때문에 사임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처로부터 업무의 독립성 그것 하나만을 원한다.

-다음 호민관으로 누가 적절한가.

▲제 영역은 아니다. 다만 중소기업 단체 추천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반관 반민이 중요하다. 그리고 호민관 예산을 민간에서 조달하면 좋을 것 같다. 중소기업 단체에서 받으면 좋을 것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학교에 전념하겠다.

<호민인덱스 시범조사를 위한 설문조사서>

안녕하십니까? 기업 호민관 이민화입니다.

9·29 동반 성장 대책회의를 통하여 획기적인 대책들이 입안되어 현재 정부 각 부처에서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이제는 대중소기업 관계의 선진화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초석이라는 국가의 의지를 반영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정책에 대하여 “9·29 대책에 희망을 건다”는 기고를 한 바도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기업 현장에서 느끼시는 대기업의 동반 성장 의지의 변화를 느끼는가에 대하여 간단한 설문을 하고자 합니다. 가능한 답변을 당부드립니다.

설문

1. 현재 공정거래에 대한 의지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개선되고 있다 변화없다 악화되고 있다 개선되는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2. 9·29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 발표 이후에 겪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문제가 있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3. 대기업대상 공정거래 정도를 평가하는 경우 적정한 시기는 언제라고 보십니까? 2010년 이내2011년 상반기2011년 하반기

4. 그 외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 불공정거래에 관한 의견이 있으면 적어주세요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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