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평가와 명확한 목표 설정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다보니 첫 단추부터 꾀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대통령도 없고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과연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16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아닌 민간 전문가가 맡기로 정책이 수정됐다는 소식에 쓴소리를 거침없이 뱉어냈다. 대덕 연구단지가 있는 대전 유성구에서 2선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그는 과학기술 정책에 관해서라면 국회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췄다.
이 의원은 “민간 위원들의 합의로는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의 분배·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면서 “과학기술 백년대계는 R&D 뿐만 아니라 교육과 인력 양성 등도 병행돼야하기 때문에 국과위가 아닌 타 부처까지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권을 가진 부총리급 독임제 부처를 설립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과위 출범의 실효성과 적시성 문제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번 회기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고하더라도 정작 활동은 일러야 2012년 예산안에 대한 것”이라면서 “제대로 안착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선이나 정부조직 개편 등의 정치적 이슈에 휩쓸려 표류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국과위 출범을 뒤로 미루고 행정 부처 조직이 맞는지부터 재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국과위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정부 출연연구소 개편과 과학비즈니스벨트법 추진은 “시급히 서둘러야할 사안”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출연연들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당초 설립목표에 맞지 않는 일들을 하고 연구원들은 그 가운데 고통받고 있는데 마치 국과위를 출범시키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돼 있다”면서 “출연연을 정상화하고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설립하는 것부터 서둘러야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대해 그는 “이 대통령의 공약사안인 만큼 충청권에 유치해야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계획과 법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에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중이온가속기 설치, 운영을 위한 제반 계획이나 비용 조달안이 반영돼 있지 않다.
이 의원은 “정부가 세종시에 대한 충청권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과학벨트를 동원했지만 과기계는 떡고물에 급급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서 “백년 후를 바라보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과학기술정책 발전안을 만들 수 있도록 과기계와 함께 지혜를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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