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11. 의료 정보 소프트웨어
#지난해 12월 비트컴퓨터는 카자흐스탄 정부 산하 국립병원 관리기구인 NMH와 578만달러 규모의 ‘통합 디지털병원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정보 솔루션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최대 금액이다. 비트는 NMH가 관리하는 병원 가운데 수도 아스타나에 소재하는 국립병원과 국립아스타나 의과대학에 처방전달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임상정보시스템(LIS), 기업자원관리시스템(ERP) 등을 포함한 통합 디지털병원 솔루션을 제공한다.
#심장전문 세종병원은 지난 9월 러시아 하바롭스크시 대표 병원 ‘11병원’과 ‘시립임상센터’에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앞서 척추전문 우리들병원은 2008년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자예드 메디컬센터’의 위탁경영 및 디지털병원의 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세종병원과 우리들병원은 의료정보시스템을 수출, 세계적 수준의 전문병원으로서 입지를 재확인했다.
두 사례뿐 아니라 의료기관과 IT기업 의료정보 수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첨단 디지털병원을 향한 의료기관의 발 빠른 행보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역량이 조기에 결합됐기에 가능한 결과다.
디지털병원은 병원 내 각종 의료정보시스템과 디지털장비·기기를 연동해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진료 효율을 높이는 의료시스템을 갖춘 첨단 진료기관이다. 우리 의료기관의 디지털병원을 위한 행보는 지난 1970∼1980년대 경영정보시스템(MIS)을 병원 경영에 접목한 병원정보시스템(HIS)과 1990년대 초반 등장한 처방전달시스템,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2000년대 중반 이후 전자의무기록으로 이어졌다.
HIS는 초기에 MIS를 병원 경영에 접목, 경영 합리화라는 협의의 개념으로 이해됐지만 의료정보화의 급진전으로 OCS·PACS 등을 모두 포괄해 병원 전체를 디지털화한다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됐다.
OCS는 각종 의학정보 및 환자의 진찰 자료를 보관한 데이터베이스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한 후 처방전을 통신망을 통해 각 해당 진료부서로 전달해 주는 시스템이다.
PACS는 엑스레이·MRI 등 의료영상을 필름 대신 디지털화해 언제, 어디서나 즉시 볼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필름을 전송,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HIS와 OCS·PACS에 이은 EMR는 HIS·OCS·PACS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록과 처방, 검사 및 판독 결과 등을 기존의 수기 작성에서 탈피, 전산매체를 이용해 이를 저장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진료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검색·공유하는 EMR는 디지털병원 구축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즉 EMR를 통해 의료진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종이에 환자기록을 정리하는 방식보다 업무를 대폭 절감하고 환자의 진료기록을 찾아 진료실에 전달하고 다시 처방전을 받아 조제하는 일련의 과정이 네트워크에서 처리됨으로써 환자 대기시간을 줄여 의료 서비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IT 인프라를 포함한 의료정보화 경쟁력은 아시아 어느 나라 못지않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IDC가 평가한 아시아 주요 국가 의료기관의 ‘IT 성숙도(Healthcare IT Maturity Model)’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IT 성숙도는 총 5단계 중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중국은 1단계에 불과하고, 인도는 1단계에서 2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호주는 2단계에 그쳤고, 태국과 대만이 2단계에서 3단계로 진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살펴본 의료기관과 IT기업의 수출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이는 우리나라가 IT를 기반으로 향후 본격화될 u헬스케어 시대를 맞아 아시아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의료정보 수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IT서비스 전문기업 LG CNS는 이달 초 HIS 전문업체 이메디정보기술과 글로벌 HIS 시장 진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중소 병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전 세계 2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PACS 전문업체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연내에 중동과 영국·남미지역에 3개 법인을 추가로 설립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김영섭 LG CNS 부사장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서비스 역량과 우수한 의료 IT 노하우를 결합하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시장 진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취재팀=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김원배 기자, 이경민 기자, 이성현 기자, 황태호 기자, 대전=박희범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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