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현대車 vs 주춤했던 삼성전자

요즘 투자자 강영모 씨(42)의 마음이 분주해졌다. 6년 전 주식투자로 큰돈을 날린 후 평생 주식과 담을 쌓겠다던 신념이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가 2000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데 뭔가 소외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이랬다. "투자를 다시 시작하자. 그러나 과거처럼 코스닥 작전주가 아닌, 정통 투자를 해보자." 강씨는 누가 봐도 안전하고 실적이 우량한 종목 중에 시장 상승세를 이끌 주도주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주도주를 찾는 건 비단 강씨뿐만 아니다. 코스피가 2000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만큼 많은 투자자들 관심이 코스피 2000 안착을 이끌 주도주에 쏠리고 있다.

최근까지 주도주는 단연 자동차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앞다퉈 신고가를 경신해 가며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다. 충분히 오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동차가 더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동차와 함께 국내 증시의 전통적 주도주였던 반도체는 그동안 푹 쉬었다. 수면기간이 길었던 만큼 이제 기지개를 켤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기대감이 확산될 조짐이다. 때마침 주가도 반등세다. 그러나 D램 값이 여전히 하락세란 점이 마음에 걸린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자동차와 반도체를 대표한다. 두 종목의 밸류에이션(적정주가) 분석을 통해 향후 주도주 향방을 가늠해 본다.

◆ 현재 밸류에이션은 현대차가 우세=현대차와 삼성전자 모두 코스피(시장)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 PER(이하 향후 12개월 기준)는 9.2배다. 삼성전자는 8.0에 불과하다. 코스피 평균은 9.9다. 둘 다 코스피보다 낮다. 두 종목 모두 기본적인 가격메리트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절대수치는 삼성전자가 현대차보다 낮지만 현재로선 현대차에 점수를 더 줘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동종업종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현대차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며 "실적도 기대 이상 잘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올 연말까진 현대차가 주도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현대차 PER는 10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 4분기 실적이 잇달아 상향조정되면서 9.2배로 낮아졌다. 이는 글로벌 동종업계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순위가 엎치락뒤치락이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기업구조가 다르지만 인텔(10.7배)과 TSMC(10.5배)보다 낮다. 같은 D램 업체인 마이크론(6.6배)보다는 높다. 게다가 현대차와 달리 연말로 갈수록 실적이 둔화되는 추세여서 당분간 주도주로 성큼 올라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 D램 현물가가 아직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 연말이 전환점 될 수도=그러나 다음달 중순께부터는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 삼성전자가 낮잠에서 깨어나 날개를 펼 시점으로 전문가들은 올 연말을 꼽고 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업종이 12월 중순까지 주도주 역할을 이어가겠지만 12월 중순이나 말부터는 삼성전자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자동차는 연말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주식임에 틀림없지만 단기에 너무 많이 오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용준 센터장은 "현재는 반도체는 단가 하락에 따른 자체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시기로 볼 수 있지만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강력한 시세 급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D램 값 하락세가 연말부터 서서히 둔화되면서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엔 바닥을 찍고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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