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격주로 실리콘밸리와 흥망성쇠를 같이한 루 호프먼 사장 현지 기고를 연재합니다. 루 호프만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미국·유럽에 사무실을 둔 호프만에이전시(The Hoffman Agency: http://www.hoffman.com/ )의 사장이자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널리 전파하는 전도사로 ‘인기 블로그 ishmael`s corner’ (http://www.ishmaelscorner.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 세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6년 전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페이스북은 이제 가입자 5억명을 돌파하고 세상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애플은 음악산업을 평정했고, LG·삼성·애플 등이 선보이는 휴대폰은 컴퓨터처럼 진화 중이다. 한때 IT업계를 풍미했던 넷스케이프나 컴팩과 같은 이름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혁신과 함께 점차 기술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새너제이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대략 40마일에 이르는 이 작은 땅, 실리콘밸리가 기술 집결지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30년 전인 1981년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았다. 실리콘밸리의 생기 넘치는 문화와 아름다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매력을 느껴 살게 되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 하지만 1981년 8월 12일, IBM에서 개인용컴퓨터(PC)를 출시한 이후 이 동네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고 실리콘밸리에서 하이테크 산업을 주로 담당하는 실리콘밸리 작은 홍보회사에서 필립스와 소니가 제휴해 생산한 CD롬 프로젝트를 맡았다. CD롬이라니.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겐 아주 진부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한 장의 플라스틱판에 600MB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다.
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잠수함 속에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문서가 쌓여 있었다. 필립스는 당시 미 해군에게 이 종이 문서를 CD롬에서 찾기 쉬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는 이 기술로 계약을 눈앞에 두고, 각 잠수함 사령관의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이유는 잠수함 사령관 서열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그들이 지휘하는 잠수함의 무게였기 때문이다. 몇 톤이나 나가는 종이문서를 CD롬으로 바꾸면 잠수함의 무게가 줄어 사령관은 결정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나는 1987년 실리콘밸리 한 가운데인 새너제이에 호프먼에이전시를 차렸다. 얼마 후 HP는 미니컴퓨터에 CD롬을 장착하고 이 기술을 잘 이해하는 홍보회사를 찾았고 그렇게 필자는 HP 아시아 진출을 도왔다.
하이테크 업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어떻게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나가고 일상에 변화를 주는지를 목도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닷컴 버블은 또 얼마나 신기하고도 이상한 시절이었던가. 실리콘밸리에 수없이 포진한 신생회사 CEO가 매일 사무실로 찾아와 가능한 한 빨리 상장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똑같은 요구를 들었고 때로는 그들이 굴지의 회사로 커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실 당시 이들에게 중요한 건 돈이었다. 위대한 회사를 만든다든지,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해 줄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리콘밸리의 영웅담 같은 이야기에서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은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하는 것이다. 분명 지난 몇 년 실리콘밸리는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혁신의 정신은 끊임없이 되살아나 새로운 기회를 위해 속력을 내고 있다. 이제 기술은 소수만이 즐기는 후미진 영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다.
내가 이제부터 이 칼럼을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런 실리콘밸리에 사는 사람, 인사이더의 시각으로 본 실리콘밸리 ‘혁신의 정신’이다.
P.S. 전자신문에 실리콘밸리를 주제로 한 정기 칼럼을 연재해 영광입니다. 앞으로 칼럼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이메일(lhoffman@hoffman.com)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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