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진행해온 팹 건설 작업 탄력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8세대급 LCD 팹 공장 건설과 관련해 중국 정부로부터 최근 동시에 승인을 받았다. 반면에 일본 샤프는 이번에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 기업들은 대만 정부가 승인을 하지 않아 역시 불발됐다. 국가 안배 차원에서 한국 기업 한 곳만 선정될 것이라는 현지 분위기를 뒤엎고 둘 다 중국행 티켓을 확보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로서 연간 4000만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LCD TV 시장에 관세를 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특히 삼성과 LG를 비롯해 대만(CMI · AUO) 및 중국 현지업체(BOE)들이 세계 최대 LCD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의 소식통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중앙정부는 베이징에서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해외 업체들의 LCD 팹 투자 신청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모두 승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업무 절차상 이 같은 결정은 먼저 각 업체와 합작하는 성(省) 정부에 통보된 후 세부 투자 및 건설 계획을 성 정부와 업체가 협의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일 열린 중국 국무원 회의의 특별 안건으로 해외 LCD 업체들의 투자 승인과 관련한 사안이 검토됐다”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투자를 함께 승인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년여간 진행돼 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LCD 팹 건설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르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다음 달부터 건설 작업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다만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승인이 지연돼 2011년 3분기(삼성전자) 및 2012년 초(LG디스플레이)로 예정됐던 공장 가동시점은 그만큼 늦춰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올 2월 중순, 각각 중국 장쑤성 및 광둥성 정부와 공동으로 LCD 팹 합작 신청서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7.5세대(1950×2250㎜) LCD 팹 건립에 30억달러, LG디스플레이는 8세대(2200×2500㎜) 공장 설립에 총 4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두 업체는 신청 이후 8개월이 지난 최근까지 승인 여부를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업계에는 중국 정부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BOE 등 현지업체들의 8세대 가동 시점까지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소문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번 결정은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투자 승인 여부에 연연하지 않고 차세대 투자를 국내에 할 움직임을 보이자 상황이 급반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측은 “아직 중국 정부 또는 합작 예정인 성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는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 중국 LCD 팹 신청 경과>
◇2009년 10월 중순:LG디스플레이 · 삼성전자, 중국 LCD 공장 설립 신청서 국내 정부에 제출
◇2009년 11월 3일: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성과 투자 본계약 체결
◇2009년 12월 24일: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 중국 투자 승인
◇2010년 2월 중순: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 중국 정부에 LCD 공장 승인서 제출
◇2010년 11월: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팹 건설 동반 승인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