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하드가 영화 종사자와 관련 산업을 크게 축소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제작된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 무섭게 디지털 파일이 웹하드에 유출되는 통에 제작자들은 투자금 회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4일 한국영상산업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립영화 감독, 콘텐츠 유통사업자 등 영화 산업 종사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제작 및 개봉편수, 배급사 숫자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산업 종사자는 2005년 약 3만명에 달했으나 지난 2008년 1만9908명으로 줄었다. 특히 웹하드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2008년~2009년 사이에는 업체 수도 대폭 줄었다. 2008년 2747개에 달했던 영화 제작업체는 1년만에 400여개가 사라져 2009년 2365개로 줄었다. 영화 수입업과 배급업체 역시 2008년 1591개에서 2009년 1300개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 3일 개봉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수입해 들여온 모 배급사는 관계자는 “이번 영화에 사활을 걸었을 정도로 차질 없이 준비해 왔지만, 결국 개봉 전 웹하드에 파일이 유출됐다”며 “규모가 크지 않은 배급사로서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불법 웹하드 등을 통한 콘텐츠 불법복제율은 2005년 54%에서 2009년 81.7%로 껑충 뛰었다. 특히 영화 불법복제율은 52.7%로 음악(43.2%), 게임(20%), 출판(12.5%)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김의수 한국영상산업협회 저작권관리 팀장은 “중견 배급사나 독립영화 감독 등 풀뿌리 산업종사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각자 색깔 있는 영화를 들여오고 만들어내면서 국내 영화시장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라며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릴수록 영화 시장은 투자비용이 적고 어느 정도의 흥행이 안전하게 보장되는 선정적인 영화 일색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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