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덫에 걸린 중국.`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해 4월 한 말이다.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보유하기도 어렵고 대거 매도하기도 쉽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진 중국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외환보유액을 쌓고 있는 신흥국들이 공통으로 고민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덫은 갈수록 헐거워지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다시 돈을 푸는 2차 양적 완화를 계기로 더욱 이런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들에서 선진국발 유동성 흡수책이 랠리를 이루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20일 2년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지난 2일 인도와 호주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자국 내 물가 상승 염려를 차단하기 위한 성격이 있지만 저변에는 미국의 돈 풀기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 유입을 막기 위해 고민 끝에 나온 조치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밀려오는 유동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자산시장 버블을 유발할까 염려돼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는 의미다.
한국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치에 돌입했다. 한국투자공사(KIC)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 중 선진국 국채 비중을 크게 줄이고 대체 자산(주식ㆍ채권을 제외한 부동산ㆍ상품 등)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중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안정성에서 수익률을 위주로 한 투자 패턴 변화다. 3300억달러를 굴리는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는 지난해 수익률이 11.7%에 달했다. 이는 △2007년 0.2% △2008년 -2.1%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CIC 수익률이 개선된 것은 달러화 비중을 줄이며 자산가치 하락을 적극 방어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나아가 미국 달러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채권 투자 중 단기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50%에서 3년 만에 11.54%로 급속히 높아졌다. 단기채 보유액은 같은 기간 170억달러에서 1600억달러로 9.4배 늘어났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미국 채권 투자 시 단기채 비중을 높이는 것은 새로운 투자 패턴을 찾아갈 수 있는 시기적인 대응력을 키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지난해 7월 9399억달러에서 지난 8월 8684억달러로 7.6% 줄였다. 고수익 신흥국 채권으로 수익을 찾아 투자를 돌리고 있음이 뚜렷하다.
한국 정부도 한층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실물경제 발전 속도 이상으로 유동성이 과잉 공급돼 (우리나라에)자산시장 버블이 생겨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미국의 양적 완화는 글로벌 수요를 진작시키는 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일경제 이근우 기자/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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