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00원대 하락…수출기업 `빨간불`

원달러 환율이 3일 장중 1천100원대로 하락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 1천214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6개월만에 처음으로 1천110원 밑으로 떨어졌고 1천100원이 뚫리는 것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을 1천100원대로 예상한 경우가 많았던 주요 기업들은 최근 환율 급락 추세가 이어져 전망이 빗나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자.자동차.섬유 등 수출업종 비상=무엇보다 국내 수출 주력 업종인 전자와 자동차업계는 환율하락이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환율 변동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약 60∼7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액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떨어지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큰 사업에서는 원화강세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율 문제에 예민한 편이다.

매출의 80% 정도를 수출에 의존하는 섬유산업도 환율하락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원재료 구입 비용이 수출을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해외 현지법인 운영 등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화가 강세이면 수출경쟁력이 약화하겠지만, 이미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해놓았고 결제통화도 다변화돼 있다"면서 "단순히 원달러 환율 하락만으로 당장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브라질에도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해 고율의 관세를 피하고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항공.식품.건설업 등은 반사이익 기대=항공업계 등 일부 업종은 오히려 환율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는 국내 여행객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환율하락으로 감소하는 외국인 수요보다 증가하는 국내 여행객 수요의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연간 지출비용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항공유 구입비와 항공기 리스료, 해외지사 운영비 명목으로 나가는 외화여서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표시되는 재무제표도 그만큼 좋아지는 장점도 있다.

대한항공은 원화가치가 연평균 10원 상승하면 540억원 절감하고, 아시아나항공은 68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가루, 설탕 등의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CJ제일제당은 올해 경영전략을 짜면서 기준 환율을 1천150원으로 잡았으며, 환율이 100원 오르는 데 따른 환차손을 연간 1천억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상반기 환율이 1천200원 이상으로 오르면서 본 손해가 최근 환율 하락으로 상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일시적 환율 등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최근의 환율하락이 원자재 도입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부분적이지만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원유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정유업계는 일단 환율하락 수혜업종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들어 수출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상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율 하락의 속도가 중요 변수=한국무역협회 이승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천100원은 수출 기업들에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 역할을 해왔다"면서 "최근 급락세가 1천100원 이하로 이어지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 주력업종 기업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 하락이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은영 코트라(KOTRA) 통상교섭팀 차장은 "최근 아시아 국가나 브라질 등도 자국통화 강세를 보여 환율하락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어서 과거보다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제는 환율 하락 자체보다 기업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시일에 급락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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