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 집행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투자 형태의 직접지원 규모를 내년에 1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 이는 담보력이 취약한 초기 스타트 업(Start-Up)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크게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2일 관련 정부기관에 따르면 중소기업청과 중진공은 내년 성장공유형자금 지원 규모를 올해(3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00억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성장공유형자금은 기술성과 미래성장성이 뛰어난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중진공이 인수하는 자금 지원사업이다.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전환 전 이자율도 1%(표면금리)로 중소기업에는 매우 유리하다.
중진공은 내년 이 사업자금 유형을 기업들의 편의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는 기업당 10억원 한도로 지원기간 5년에 이자율은 표면금리 1%, 만기보장금리 5% 내외로 정했다.
조정권 중진공 기업성장사업처장은 “최근 창업 초기기업과 지방 기업들이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런 공백을 중진공이 메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동시에 “중진공 입장에서도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어져 수입이 발생할 경우 기금의 건전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자금을 이용하는 업체들도 우호적이다. 지난 6월 이 사업을 통해 8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화학업체 한국바이오젠의 부태웅 사장은 “저금리로 자금을 쓸 수 있는데다가 투자결정 후 대외적으로 정부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고 밝힐 수 있어 신용도 개선효과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진공 이외에도 국내 양대 신용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보증과 연계해 투자를 펼치고 있다. 2005년 시작해 최근에는 매년 각각 100억원가량을 보증연계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김상철 신보 보증심사팀장은 “설립 초기기업의 경우 등급을 높게 받지 못해 많아야 3억~5억원밖에 보증지원을 할 수 없다”며 “이런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대상으로 보증과 연계해 투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기관이 민간 영역 투자에 나서는 것에 대해 스타트 업 기업들은 환영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우려를 나타내는 쪽에서는 자칫 담보를 설정하지 않아 기업들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기업의 다양한 자금 수요에 맞출 수 있다는 측면은 높이 평가한다.
이미순 벤처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벤처 제품은 시장이 열릴지 안 열릴지 미리 알 수 없어 리스크가 크고 그래서 자금을 받기가 어렵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하게 자금을 끌어 쓸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외적으로 신용도를 높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스타트 업(Start-Up) 기업=혁신형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기업을 말한다. 갓 창업한 곳부터 본격적인 시장 개척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단계에 위치한 기업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코스닥 상장과 인수 및 합병(M&A)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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