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갈림길에 놓였다.
예산부족 때문이 아니다. 대구시나 정부가 사업비의 상당부분을 디지털콘텐츠관련 인프라 구축 등에 쏟아부으면서 정작 소프트웨어 투자를 외면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대구시가 문화예술인프라 확충과 문화산업기반조성에 투입한 사업비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07년 159억원에서 이듬해 2008년에는 216억원이 투입됐고, 지난해에는 다시 두배 이상 늘어난 473억원이었으며, 올해는 538억원이 같은 항목에 투입됐다.
이 가운데 대구시는 지난 2007년 문화산업클러스터 기업집적화사업으로 29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6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같은 명목으로 지원해 왔다. 그외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문화산업클러스터 지원비를 포함해 디지털콘텐츠관련 사업비를 모두 합치면 한 해 평균 200억원이 넘는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적지않은 돈이 관련산업육성에 투입됐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결국 예산부족이 아니라 효과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때문이다.
사업비의 상당부분이 디지털콘텐츠관련 인프라 구축과 기관 운영비 명목으로 쓰였다. 올해 대구시의 문화산업관련 예산(538억원) 중 34% 가량(182억여원)이 인프라 구축 및 운영비다. 인프라 구축비 가운데 문화산업클러스터 조성비가 57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문화창조발전소가 40억원으로 두번째다.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나 컬러풀 대구페스티벌, 문화바우처사업 등 각종 행사지원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업비는 많지않다.
정부도 최근 스마트워크 추진계획을 통해 앞으로의 전략을 ICT 인프라 구축보다는 활용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대구가 진정한 디지털콘텐츠도시로 거듭나려면 관련분야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 SW 발굴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이미 디지털콘텐츠관련 특화된 지원이나 행사를 통해 대구를 앞지르고 있다. 부산은 지난 1일 부산디지털콘텐츠 유니버시아드를 개막해 닷새간 개최한다. 디지털콘텐츠분야의 우수한 작품을 발굴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달에는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앱월드엑스포를 개최해 모바일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충남테크노파크도 지난 8월 충남디지털콘텐츠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우수한 콘텐츠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대구는 지난 10년간 디지털콘텐츠의 대표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이펀(e-fun)`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지난 2007년까지 9억여원에 육박하던 이펀의 사업비는 대구시의회의 예산삭감으로 지난 2008년부터 예산이 반쪽으로 잘려 버렸다.
지난 2008년 대구가 유치에 실패한 지스타(G-STAR)는 지금와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유치를 못하고 있다. 지스타를 유치해 문화관련 인프라구축비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이펀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도 지자체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디지털콘텐츠산업은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구시 문화산업관련 예산(2007년~2010년)>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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