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그룹 "이젠 내실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4~5%대 판매 회복을 보이는 동안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온 현대차그룹이 비수기에도 브레이크 없는 판매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의 지난 10월 국내외 합계 판매대수가 지난해보다 10.4% 늘어나며 32만대를 돌파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해외에서 지난해 대비 60%가 넘는 가파른 판매 증가율을 보이면서 현대차와 나란히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생산물량 증가 속도가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해외 공장에서 특근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연말께 착공이 예정된 브라질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추후 설비 마련을 끝으로 무리한 설비 확장은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012년이면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이 700만대에 달할 것"이라며 "추가 설비 확충보다는 고급화,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질 때가 왔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국내에서 6만2615대, 해외에서 25만7676대 등 총 32만291대를 판매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내수는 작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지만 15.2% 증가한 수출 실적 덕분에 전체적으로 신장세 10.4%를 나타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것보다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물량 증가폭이 컸다. 쏘나타 물량 대기에 바쁜 미국 공장의 경우 작년보다 판매가 11% 늘었고 중국 공장도 20% 이상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유럽형 전략 차종의 현지 생산이 61.4%나 늘어난 기아차는 10월 수출이 31.5% 증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총 수출 누계가 130만대로 지난해보다 48.9% 늘어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기아차는 대표 세단 K5가 미국과 중동 지역으로 선적되기 시작한 데 이어 유럽에도 진출하는 연말께는 수출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15만대 규모 공장을 준공하면서 해외 총 9곳에 308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 현대차그룹은 밀려드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설투자보다는 가동률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근 첫 삽을 뜬 40만대 규모의 현대차 중국 베이징 3공장에다 10만대 규모 브라질 공장까지 합치면 2012년께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최소 7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당초 글로벌 판매 목표치 540만대가 적어도 20만대가량은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도 600만대 이상 판매가 유력시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머지않은 미래에 풀가동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자동차 산업은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감안해야 하면서 동시에 그 규모가 통제 가능해야 한다. 도요타처럼 급격히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면서 품질을 유지해 나가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8일 3분기 실적발효 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올해 말 에쿠스를 출시하고 유럽 등지에서도 고급 차종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중소형차 물량 공세보다는 수익률이 좋은 상품 판매 쪽으로 서서히 방향 전환을 시도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박동욱 현대차 재경사업부장도 "신형 쏘나타의 실거래가격(소비자가격에서 인센티브를 차감한 가격)이 3분기 들어 도요타 캠리를 앞서 나가면서 현대차의 `제값 받기`가 탄력을 받고 있다"며 실속 경영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도요타가 생산능력을 900만대 이상으로 무리하게 늘렸다가 금융위기 이후 700만대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도 현대차의 시설투자를 멈추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도요타 사례에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적정 최대 생산량이 700만대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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