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시간의 과학적 증명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에단 호크는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줄리 델피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 후 해가 뜨기전까지 그들은 짧은 사랑을 나눈다. `처음 봤는데 너무 빨리 사랑에 빠지는 거 아냐?` 싶지만 어쩌면 충분한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단 0.2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데일리는 최근 사랑에 빠지면 정신적인 변화와 함께 뇌의 지적 영역에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런 전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0.2초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시러큐스대학과 웨스트버지니아 대학 연구진이 스위스의 한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뇌는 12개 영역이 동시에 작동해 도파민과 옥시토신, 아드레날린, 바소프레신 같은 희열감을 자아내는 화학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 과정에 0.2초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랑에 빠지는 부위가 머리(뇌)인가, 가슴(심장)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미묘한 문제이긴 하지만 답은 뇌”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사랑의 개념은 뇌에서 심장으로, 또 심장에서 뇌의 양방향으로 진행되는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에 심장도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뇌의 특정 영역이 가동되면 심장에 자극이 오고 `뱃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듯한 느낌이 일어나는데 어떤 증상은 심장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방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신경생장인자(NGF)의 혈액 수치가 현저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 작용하는 분자들은 `첫눈에 반하는`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사랑에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이 연구는 신경과학과 정신 건강 분야에 중요한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정서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큰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