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내부 역량을 확충하고 경영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7일 콘덴서 전문업체인 성호전자의 박환우 사장(56)은 회사를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연간 매출이 400억~500억원에 불과했던 성호전자는 전자제품 파워(PSU) 사업을 시작하면서 올해 1500억원을 넘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내년에는 2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웨이하이와 주하이 법인 매출까지 합하면 총 매출액이 25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성호전자가 오랜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사업에 과감히 도전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끈기가 제일 중요한 사업입니다. 30년 역사를 가진 국내 콘덴서 기업이 매출 정체를 겪고 일부 기업이 도산한 것은 도전정신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성호전자는 시행착오를 두려워 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 중견기업을 넘보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성호전자의 과감한 투자 뒤에는 박 사장의 꼼꼼한 위기관리가 뒷받침되고 있다.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있지만, 성호전자는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대비해 달러로 받은 매출 채권을 적절히 보유하면서 원자재 업체에 달러화로 결제하는 운영을 했기 때문이다.
“환 헤지로 돈을 벌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습니다. 다만 환율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입니다.”
라운드 타입, 박스 타입 등 필름형 콘덴서 분야에서 독보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성호전자는 올해 들어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쏟아지는 주문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법인의 연구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 생산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 투자한 웨이하이 공장이 정상 가동되면서 제품 생산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제1중국 공장(주하이)도 올해까지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최근 중국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에 유학 온 중국인을 15명 채용했다. 관리자로 양성해 중국 공장에 배치하고 장기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국 직원을 교육해 관리자로 보내는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없다면 중국 기업과 점점 경쟁하기 힘든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요. 관리자급 중국 직원을 양성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박 사장은 이번 관리자급 중국 직원 채용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중국인 직원의 급여 수준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수준에 맞췄다. 그와 면담한 한 유학생은 국내 대기업에 합격 통지서를 뿌리치고 성호전자에 입사했다. 박 사장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성호전자의 비전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인재에 투자하는 기업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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