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기를 겪고 있는 아들에게 버릇이 하나 생겼다. 시시때때로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굵은 목소리로 `이아~이아이~`를 반복하거나 `넬라판타지~아`를 읖조리는 것이다. 얼마 전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던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하모니편`에서 보여준 내용을 흉내 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TV에서는 볼 수 없게 되자 인터넷에서 지난 방송 동영상을 찾아보며 입술을 들썩인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양이다.
여운은 나와 주변에도 남아있다.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동영상을 지금도 휴대폰으로 꺼내본다. 지인 가운데는 그 동영상을 링크해 또 다른 지인에게 전파하기도 한다. `간만에 감동을 준 예능 프로였다`는 댓글도 적지 않다.
이유가 뭘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에 이처럼 진한 감동을 느끼는 것일까? 이번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합창단을 모집, 연습을 거쳐 멋진 화음을 만들어 내는 미션을 수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처음에는 `과연 합창을 할 수나 있을까?`하고 우려했던 멤버들이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합창대회 무대에서 최고의 하모니를 보여주면서 진한 감동을 남겼다. 하지만 합창단은 거제도 합창대회를 마지막으로 해체됐다. 단원과 시청자들의 가슴에 `짠한` 뭔가를 남겨둔 채.
경기도에서는 요즘 2차 추경예산 편성을 위한 임시 도의회가 한창이다. 이번에도 5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편성됐다. 그런데, 도 과학기술 관련부서와 산하기관의 표정이 밝지 않다.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에 비해 대폭 삭감된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을 설립하고, R&D단지를 넓히거나 산업화를 위한 R&D사업 등을 추진해 온 과학기술계는 “도대체 뭘 하라는 의도냐”며 허탈한 표정이다.
물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산 편성은 한 해 동안의 살림을 미리 정해 놓는 일이다. 일의 경중을 따져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마치 합창을 연출하듯 목소리를 높여야 할 곳과 낮춰야 할 곳, 성량을 키워야 할 시점 등을 조화롭게 정리해야 한다. 지금 경기도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담금질해 낸 박칼린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순기 경인팀 차장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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