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 중소기업 상당수는 엔화 강세를 수출 확대의 기회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은 해외 조달 비중을 늘리는 등 엔고에 적극 대응할 태세여서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7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엔고 현상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업체가 전체의 36.6%로 `감소를 예상한 업체(11.3%)` 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52.1%는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엔고 현상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업종으로는 기계부품과 전기전자 등이 꼽혔다. 중소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적정 환율로 100엔당 1127.35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출 중소기업의 기대와 달리 KOTRA는 같은 날 `최근 엔고현상에 따른 우리 수출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엔고가 일부 수출 품목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고를 극복하려는 일본기업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때”라며 경계를 주문했다.
KOTRA가 해외 20개국 KOTRA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 옛 무역관)와 70여명의 바이어를 대상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최근 엔고에도 제품 가격 인상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특히 일본기업들은 부품의 해외 조달 비중을 확대하고 중국 · 동남아 등에서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엔고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압력에 대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닛산은 작년 20%였던 해외 부품 조달 목표를 2012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두바이에서 경쟁사를 의식해 제품 가격을 소폭 올리는데 그쳤으며, 샤프는 동남아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오히려 내리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KOTRA 측은 “엔고가 해외 시장에서 일본의 중저가 제품 전략을 정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KOTRA는 또 원화 강세가 동반되는 것이 엔고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2009년 초와 비교해 5.6% 절상됐지만, 원화는 12.9%나 올랐기 때문이다. 한선희 KOTRA 통상조사처장은 “반도체, LCD,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이 엔고효과를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엔고를 극복하려는 일본기업들의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며 “일본기업들의 부품 아웃소싱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품질 · 기술 · 마케팅 등 비가격 경쟁력 분야에서의 격차 줄이기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고 현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단위:%)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엔고현상이 수출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자료:중소기업중앙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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