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위크, 안방에서 즐긴다

뉴욕 `패션위크`가 안방으로 들어왔다. 모델의 도도한 캣워크를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옷을 살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IT의 발전이 뉴욕을 대표하는 이벤트인 `패션위크`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패션 1번지 뉴욕에서 매 시즌마다 여는 패션쇼인 패션위크는 의류 업계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가장 큰 이벤트다. 쇼만 봐도 다가올 시즌에 어떤 색상과 원단, 디자인 등이 유행할지 알 수 있고 스타들의 패션 감각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유명 디자이너나 명품 브랜드 쇼에 초대받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된다. 뉴욕의 유명인사 사이에서는 패션쇼 런웨이 근처 몇 번째 줄에 앉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질 정도다.

웹 기술의 발달 및 강력한 영향력으로 런웨이 옆 VVIP석은 이제 네티즌 차지다.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를 통해 쇼를 준비하는 장소부터 런웨이 쇼까지 맨 앞자리에 앉은 듯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찌는 이번 가을 시즌 여성복 쇼를 자사 사이트에서 공개했다. 온라인에서 쇼를 즐기는 사람이 자신의 웹캠을 통해 유튜브로 퍼트리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움직이는 빌보드`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쇼 시작 전 무대 뒤편 모습과 쇼의 모습을 담아 온라인에 공개했다. 마크 제이콥스,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40명이 넘는 유명 디자이너는 실시간 중계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에까지 올려뒀다.

버버리는 한발 더 나갔다. 쇼를 생방송하면서 모델이 입고 나온 옷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했다. 이를 위한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도 내놨다.

마크 제이콥스와 버버리 쇼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임스 가드너 크리에이트그룹 사장은 “패션쇼의 제일 앞줄에 앉은 사람들보다 PC를 통해보는 소비자들이 쇼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셈”이라며 “유명 바이어가 제품을 사기 전에 먼저 구매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전문 바이어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인기가 높은 제품 중심으로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럭셔리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 같은 패션계의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모방 상품이 더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디자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노엘 캡퍼러 럭셔리 마케팅 컨설턴트는 "많은 사람들이 캣워크를 훔쳐보게 하면서 인터넷은 하이패션에 대한 인지능력과 욕망을 만든다“며 ”하지만 명품 및 디자이너 브랜드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구매하게 되면 그 빛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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