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2년10개월여 만에 다시 1000조원을 넘어섰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0%(16.28포인트) 오른 1818.86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006조4797억원을 기록해 2007년 11월 7일 이후 다시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똑같은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라고 해도 2007년과 지금 상황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당시에는 코스피 2000시대와 함께 1000조원 시대가 열렸다면, 올해에는 코스피가 1800선을 넘어서면서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당시에는 체중 200㎏인 역도 선수가 1000㎏짜리 바벨을 들어올렸다면 올해엔 체중이 20㎏이나 줄어든 180㎏인 선수가 1000㎏짜리 바벨을 들어올린 것이다. 역도 선수 근육량과 파워가 증가했다는 얘기로 우리 증시 기초체력이 그만큼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펀드 열풍 vs 외국인=2007년 주가 2000시대 개막은 `펀드 열풍`에 힘입은 결과였다. 2007년 말 기준으로 국내 펀드 설정액은 300조원을 돌파했고, 그 주역은 국내외 주식형 펀드였다. 특히 2006년 말 46조원이던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1년 새 300%가량 늘어난 113조원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펀드의 힘으로 강세장이 연출됐던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펀드 열풍`은 수그러들었다. 지난 9월 10일 기준 국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09조원으로 2007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펀드의 빈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외국인들이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 태도는 2007년과 정반대였다. 2007년 외국인들은 사상 최대치인 24조7650억원어치 주식을 코스피에서 팔아치웠다.
2000년대 초에 대량 투자한 외국인들이 올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증시에서 차익실현을 통해 현금화한 것이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외국인들이 9월 13일 현재 코스피에서 9조5599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바이 코리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7년 강세장에서는 외국인이 떠난 반면 올해는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며 "이는 2007년에는 주가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반면 올해는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체질 강해진 `대한민국 주식회사`=우리 증시 체력이 강해진 것은 주가수익비율(PER)로도 설명된다. 2007년 강세장 때 PER가 22배를 넘었으나 현재 국내 증시 PER는 8.8배 수준이다.
이를 다시 역도 선수에 비유해 보면 당시에는 1000㎏짜리 바벨을 사력을 다해 겨우 들어올렸다면 지금은 가볍게 들어올렸다는 얘기가 된다. 아직 더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힘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만 놓고도 설명이 가능하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 수준으로 1500억달러에 이르는 인텔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증가해 현재는 인텔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07년 11월 7일 83조9606억원에서 13일 현재 113조4205억원으로 늘어났다.
미국 내 현대차(기아차 포함) 시장점유율은 2000년 2.3%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8%를 넘어섰고 시가총액은 2000년 도요타 대비 4%, 포드 대비 11%에서 최근에는 포드를 추월하고 도요타 대비 33%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경제 부상 등 성장을 위한 긍정적인 외부 환경에다 기술 혁신이 가능한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해 나갔고 이것이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외국 경쟁 업체를 앞지르는 힘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 코스피 향후 전망은=올해 증시는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한 이후 바로 조정을 받는 패턴을 반복했다. 하지만 13일에는 1800을 넘어선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다시 증시가 1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전주 말 미국과 중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경기 둔화에 대한 염려가 희석됐고, 아시아 증시까지 동반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를 앞둔 시점에서 중국은 물가와 부동산 그리고 경제활동을 동시에 잡아내는 데 성공하는 모양새고 미국은 생산, 판매, 재고 부문에서 개선될 것으로 기대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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