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대 · 중기 공정 관계` 요구에 대기업들 줄줄이 보따리 풀어

국내 대기업들은 1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 · 중기 동반성장을 위한 간담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상생` 드라이브를 건다. 그러나 일회적인 임기응변이 될지, 본원적 관계 개선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 앉자마자 대기업 총수들에게 “부탁의 말이 있다”면서 말을 꺼냈다. 이 대통령은 8%에 달하는 국내 실업률 문제, 서민 일자리와 민생고의 문제, 구리 농수산물 시장에서 만난 야채 가게 할머니 이야기, 대기업 출신 중소협력업체 사장의 역지사지 사례 등을 일일이 설명하며 대기업과 중기의 동반성장 문제가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의 공정한 사회에 걸맞은지, 공정한 거래인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오랫동안의 관행을 검토해보자”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기업만 갖고는 좋은 일자리,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면서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든 대기업 총수들은 내심은 어땠을지 몰라도 화답의 선물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참석한 12명의 총수들은 모두 돌아가며 발언기회를 갖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 우리는 경제 대국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경제계 책임이 막중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돼야 하는 만큼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달 말 사장단과 1, 2, 3차 협력업체 모두 참여하는 워크숍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본무 LG회장은 “LG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 파트너로 육성하겠다”며 “현재 60%인 LCD 생산라인의 국산화 비율을 8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은 “협력 업체에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 기술 개발에 더 주력하겠다”며 상생 인턴십 제도 등을 보완하기로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하반기 채용을 1000명을 더 늘려 552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채 KT 회장은 “실무진의 오래된 `갑을` 문화를 개선해 실리콘밸리 같은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30대 그룹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 실적이 3조783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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