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전문대가무너진다]<하>전문대의 생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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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영진전문대학은 지난달 20일 현재 삼성전자 33명, 제일모직 28명 등 총 79명의 학생이 삼성계열사에 합격했다. LG계열사 취업생도 LG디스플레이 130명 등 151명이다. 이들 예비 직장인들의 학과는 모두 전지, 전자, 기계 계열이다.

영진전문대학이 지난 1994년부터 16년 연속 대기업 계열사 등을 중심으로 90% 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기업 맞춤형 주문식 교육` 덕분이다. 학생들이 졸업 후 진출할 산업체로부터 교육 내용과 소요 인력을 미리 주문받아 기업 요구에 맞춰 교육한 뒤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시키는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1990년에 설립한 거제대학의 경우, 대우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하면서 주목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거제대학 예비 졸업생들을 대규모로 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한진그룹 계열의 인하공업전문대학도 재단의 꾸준한 투자로 명문 공전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공동실습동 오픈을 앞두고 있다.

LG그룹 연암학원이 `첨단기술사회의 주역이 될 인재육성`을 모토로 설립한 경남 진주 연암공업대학도 LG계열사들과의 긴밀한 산학 연계로 잘 알려졌다. 올해 2월 졸업생의 경우 대기업 취업률 57%, 전체 취업률은 91%를 기록한 취업명문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첨단 기술의 트렌드를 반영한 IT학과 신설 등으로 차별화를 모색하는 학교들도 눈길을 끈다.

지난 1993년 두원그룹 두원학원이 설립한 두원공과대학은 수도권 내 전문대학 중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안성에 위치하고 있지만 단시일 내 명문 공과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이 대학은 국내 최초 스마트폰콘텐츠과를 신설했다. 스마트폰 확산에 부응해 모바일 IT기술과 시나리오 창작 능력을 갖춘 기술 인재를 발빠르게 길러내기 위해서다.

이들 전문대학의 성공사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현장 수요를 미리 정확히 파악한 뒤 100% 맞춤형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과 산학 연계가 공고하고 설립 재단의 엔지니어 양성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 등이다.

이공계열 전문대학들은 최근 가시화한 대학 구조조정 속에서 대학이 살아남는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현장 맞춤형 우수 기술 인재를 길러내는 방법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윤희 영진전문대학 교학부총장은 “기업 맞춤형 교육을 꾸준히 추구한 결과는 정규직 취업률이 말해주고 있다”며 “올해도 이미 국내와 해외의 유수기업에서 학생들에 대한 면접과 선발이 이어지고 있어 2학기 후반에는 더 많은 취업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