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탄소배출권거래제법 제정을 위한 행보가 숨 가쁘다.
온실가스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이달 중으로 법 초안을 완성하고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연말까지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목표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문정호 환경부 차관은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기는 산업계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넉넉히 하더라도 정책 결정은 조속히 해서(법을 빨리 제정해) 산업체 및 배출권거래제 수행 주체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배출권거래제의 수행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산업계는 왜 서둘러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후변화 `얼리무버(Early Mover)`로서 국가 중기온실가스감축 목표를 설정했으며,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아울러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도 높은 온실가스 ·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만하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가도 아닌 우리나라가 할 만큼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다 해도, 측정 · 검증 · 보고(MRV) 체계가 미흡해 국내에서 인정하는 배출권이 유럽 등 해외에서 통용되기 어렵다.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이 단지 연습 수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산업계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이미 목표관리제 등 정부 시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는 산업계를 설득하기엔 명분이 약하다.
사실 목표관리제가 거래 기능이 없다는 것을 빼면 배출권거래제와 동일한 프로세스로 운영된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서두르기 보다는 목표관리제를 통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데 주력하는 게 먼저다.
그래도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서둘러 도입하려면 산업계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는 게 급하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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