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 정책과 현실간 괴리 크다

정부가 오는 2012년말까지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목표 아래 올해말까지 시범지역의 디지털 전환 완료를 순차적으로 진행중이지만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전환을 위한 정부정책이 개별 국민들의 비용 분담을 이끌어내려는 홍보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데다 홍보 예산 부족 및 저소득층 지원계획 미비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디지털전환이 2012년말까지 온 국민의 TV 수신 환경을 강제로 전환하는 사상 초유의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정책이 미칠 파급효과도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및 DTV코리아가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월 전국의 13세 이상 79세 이하 남녀 5천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는 48.5%로 전체의 절반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1.5%의 TV 시청가구가 디지털 전환 대상이라는 뜻이다.

향후 이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홍보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인지도 수준은 외국 사례 대비 현저히 떨어지고 있으며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상반기 설문조사 결과 디지털 전환시 기존 아날로그TV로 방송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비율은 62.8%로 전기 대비 7.0%포인트 늘었으며, 디지털TV 보급률은 61.0%로 5.9%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비해 우리와 전환 종료 시점이 같은 영국의 경우 단순히 디지털 전환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지난해 2분기에 이미 90%에 도달했다. 내년 7월 완료를 목표로 하는 일본의 경우 지난 3월 인지도가 97.7%였다. 특히 디지털 전환 종료 시점을 알고 있느냐에 대한 응답은 16.3%에 그쳤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단순인지도 만으로 디지털 전환 정책의 성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는 정책의 기한내 실현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정부 정책 기조대로라면 디지털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원치 않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계층이 정부의 지원대상 범위를 훨씬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받아들여지는 지상파 방송을 향유하지 못하는 계층이 다수 생겨날 경우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양극화를 심화할 소지가 적지 않다.

정부는 우선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을 합친 21만6천명에 기타 차상위계층 일부를 대상으로 전환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전체 가구의 10% 수준으로 추정되는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의 경우 당사자가 원한다면 지원대상이 되도록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예산 배정 등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규모의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직접 수신 가구만을 디지털 전환 지원대상으로 삼을 경우 일부 저소득층 유료방송 가입자들의 반발과 지원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난시청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에 가입한 저소득층의 경우 전환비용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조사 결과 디지털TV를 구입하지 않거나 전혀 구입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이들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무려 30.7%에 달한다. 디지털 미전환자 가운데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고 밝힌 이들은 47.1%에 그쳤다.

이는 현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상당한 저항 심리도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역시 정책 실현에 있어 불안 요인으로 부각된다.

디지털전환 기구인 DTV코리아 관계자는 "디지털전환 정책을 순조롭게 실현하기 위해 정부 및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협조,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2년 뒤의 일이라고 우선순위에서 밀리다보면 막바지에 이르러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