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코리아 2020] <1부> 왜 스마트코리아 인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숨가쁘게 달려온 사회 패러다임이 다시 전환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말 인터넷 혁명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에는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이 변화의 아이콘이다. 기술과 인프라 등 하부구조가 급변하면서 사회 가치와 문화, 행동 양식 등 상부구조도 빠르게 바뀔 조짐이다.

세계 각국과 기업은 이미 `스마트`로 명명된 새로운 레이스에 돌입했다. 산업사회 후발주자에서 정보사회 선두주자로 나선 대한민국도 갈림길에 섰다. 정보사회 강국에서 스마트사회 강국으로 재도약할 것인가. 다시 뒤처질 것인가. 미래학자들은 인터넷 혁명이 그랬듯 앞으로 10년이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신문은 이에 차세대 국가 선진화 전략으로 `스마트코리아 2020`을 제안한다. 스마트코리아 2020은 향후 10년간 국민생활, 경제, 정부 등 국가 전반의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해방 이후 그토록 갈망해온 선진국 진입의 꿈도 스마트사회를 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스마트코리아 2020을 위한 과제와 전망을 4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2008년 우리나라 1인당 노동시간은 2256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OECD 평균보다 492시간이나 많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61일나 더 일한다.

하지만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국 중 22위로 하위권이다. 무조건 열심히 일(Hard Work)할 뿐 효율적으로 일(Smart Work)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지난해 출산율에서도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15명으로 OECD 평균 1.75명의 65.6%에 불과했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이런 추세라면 지구촌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한국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305년이면 한국에는 남자 2만명, 여자 3만명만 남는다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도 내놓았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산업화에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 가자며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다.

최근에는 ICT 강국의 명성에도 흠집이 생겼다. 바로 `아이폰 충격`이다. 휴대폰 시장을 호령해온 국내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선 후발주자로 추격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구글TV, 애플TV 등이 출격을 예고하면서 스마트TV 시장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높다.

이 같은 현상은 기술과 인프라 강국이지만 이를 활용할 `스마트파워`에서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인프라를 뽐냈다. 하지만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27위에 머물렀다.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이 때문에 “한국은 IT 강국이지만 정작 활용은 잘 못한다”고 꼬집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해온 IT 경쟁력도 따지고 보면 `하드웨어(HW) 반쪽`에 불과했던 셈이다.

문제는 사회 패러다임이 스마트사회로 바뀌면서 이런 단점이 더욱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OECD 1인당 노동생산성 최하위, 출산율 최하위 등이 단적인 사례다.

한국은 재택 · 원격근무 등 스마트워크에서도 미국 · 네덜란드 등에 비해 이미 2년 이상 뒤져 있다. 선진국이 2~3년 전 도입한 원격의료 등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다.

세계 각국의 ICT 활용범위는 갈수로 넓어지는 추세다. 기업의 효율성 제고나 삶의 편리함에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현안이나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 해결을 위한 `스마트워크`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실업난 해소를 위해 1인 기업, 사이버 기업을 적극 육성 중이다. ICT를 범죄와 테러 예방에 활용하는가 하면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용 유비쿼터스(u) 서비스 개발에도 한창이다.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최근 들어 ICT는 경제사회 등 거대한 변화(Mega Trend)를 선도하면서 근본적인 국가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은 미래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ICT 활용이 미래사회, 즉 스마트사회를 위한 핵심 엔진이라는 말이다. 당장 한국도 OECD 최하위인 노동생산성, 출산율 해결을 위한 ICT 활용이 급선무다. 최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감안해 `스마트워크`를 국가 전략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진정한 스마트코리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스마트워크`에 이은 제2, 제3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코리아, u코리아 등 그동안 정보사회를 선도해온 범정부 전략처럼 스마트사회를 주도할 `스마트코리아` 전략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강중협 행안부 정보화전략실장은 “e코리아, u코리아 등의 전략이 기술 진보에 맞춰 삶을 편리하게 하는 데 맞춰졌다면 스마트코리아 전략은 저출산 · 고령화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은 “스마트사회는 세계 문명사적인 대변혁이어서 한국이 이에 적응하고 주도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사회는 정부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에 맞춘 국민 · 기업 · 공공 등 각계의 행동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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