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 중 자동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운전자보다 먼저 자동차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장비가 있다. ESP · DSC · VDC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다가 최근 영문 명칭을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로 통일한 `차체 자세 제어 장치`가 그 주인공이다. 주행 중 센서에 의해 바퀴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엔진 출력을 제어함과 동시에 필요한 바퀴에 적절한 제동력을 가해주어 차체가 더 이상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어해 주는 전자 장비다.
이 장비를 가장 먼저 개발한 업체가 보쉬인데, 1995년 생산이 시작된 보쉬의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가 오는 9월로 탄생 15주년을 맞는다. 첫 번째라는 상징성 때문에 ESP는 ESC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보쉬의 ESP는 1995년 이후 현재까지 5000만개 이상이 생산됐다.
보쉬에 따르면 ESP 장착으로 인해 유럽에서만 연 4000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으며, ESP를 장착하면 단독 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한다.
보쉬의 ESP는 해가 갈수록 성능과 패키징이 개선되고 있다. 처음에 나왔던 버전 5.0의 경우 시스템 전체의 무게는 4.3kg이었지만 올해의 버전 9는 1.6㎏에 불과하다. 무게와 크기가 줄어들면서 소형차에의 적용도 보다 쉬워진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전자 장비에 의해 안정성이 높아지다 보니 지나치게 전자장비에 의존하는 단점도 나타난다. ESP 장착 비율이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일부 모델의 경우 ESP를 껐을 때, 상대적으로 더 쉽게 차가 미끄러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상기 객원기자 hskm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