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미디어] 영화 감상기 3편

<스텝업3D>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댄스경연대회에 출전한 춤꾼들. 혼신의 힘을 다해 각종 춤을 연출하는 춤꾼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한 춤꾼이 내민 손은 금세라도 내게 닿을 듯하다. 우연치 않게 무대에 흘러나온 물이 춤꾼들의 스텝에 밟혀 튀면서 3D 전용 안경에 얼룩을 남길 것만 같다. 역동적인 춤사위가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 집단 댄스 부분에서 부각되는 원근감과 입체감도 볼 만하다.

지난 8월 초 개봉한 `스텝업3D`는 3D 기술과 댄스라는 소재를 결합한 새로운 작품이다. 일부 3D 영화가 2D 영상을 3D로 단순 컨버팅한 것에 비해 스텝업3D는 기획단계에서부터 3D 상영을 고려해 댄스의 역동성과 생동감 등을 극대화하는 데 목표를 뒀다.

소니가 특별 제작한 3D 카메라를 활용했고 실사 촬영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3D 영상 프레임을 별도 제작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을 세세하게 담아 현장감을 더했다.

특히 비눗방울, 네온, 물, 풍선 등 다양한 소품을 적극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첫 댄스 장면에서 주인공이 이용한 비눗방울에서부터 연습실에 깔린 파우더 등이 생생함을 더했다. 또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로맨틱하게 스무디가 날리는 장면, 무대 위에서 물이 튀는 장면 등은 3D를 위해 고도로 계산된 장면들이다.

그 중에서도 배틀에 나가기 위해 연습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아마카시를 방불케 하며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장면의 속도감과 입체감은 3D가 아니었으면 만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부 장면은 차분한 화면과 스토리 진행이 이어져 잠시 3D 영화라는 것을 잊을 만큼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들이 춤을 추는 장면에서 힘을 얻었다. 배틀 장면에서는 몸의 움직임이 하나하나 부각되며 그동안의 심심함을 상쇄하기 충분했다.

3D 효과는 춤 동작 중에서도 스핀 장면에서 극대화됐다. 댄서들의 실감나는 춤사위는 스트리트파이터 게임의 캐릭터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재가 3D 기술과 맞아떨어져 효과를 발휘한 영화. 가운데 뒤쪽 좌석에서 3D 안경을 내내 착용했지만 어지럼증은 느낄 수 없었다.



<오션월드3D>

`오션월드3D`는 바닷속 풍경을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는 영화다. 알을 낳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바다거북, 온순한 초식동물 매너티, 멸종 위기종인 향유고래 등 우리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바닷속 풍경을 담기 위해 제작진은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수중 촬영만 1500시간에 달한다. 3D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소니의 HD 카메라를 동원했다. 또 3D 렌즈 두 개를 장착한 150kg 상당의 카메라를 조작이 쉬운 75kg 카메라로 직접 개조했다. 이처럼 치밀하고 지난한 준비과정이 있었기에 한 편의 대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저마다 지닌 특징을 뽐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2D로 본다 해도 다채로운 풍경인데 입체감과 함께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고래의 미세한 눈꺼풀 움직임과 수초들의 하늘거림은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다가왔다. 화면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새 등장하는 동물들과 친구가 된 느낌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오를 때 안타까워지는 건 그만큼 영화에 빠져드는 데 3D 영상이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풍경을 담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보호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감행하기도 했고, 산소 흡입 시 발생하는 공기방울을 줄이려 특수 개발한 산소발생기를 달고 심해 40m를 내려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지켜야 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게다가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장 미셸 쿠스토는 이 영화의 홍보대사를 맡아 바다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덕분에 바다를 살리고 사라져가는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제작진의 마음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전해졌다. 아울러 제작진이 견지하고 있는 따뜻한 시선도 덤으로 느껴졌다.



<토이스토리3>

“왼손은 도울 뿐.”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의 말이다. 이처럼 영화 `토이스토리3`에서 3D 효과는 주된 볼거리는 아니다. 단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돕는 장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토이스토리3`가 지닌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짐을 정리하면서 손때 묻은 장난감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추억. 따라서 극장을 찾은 어른들은 어느 새 장난감들이 벌이는 향연에 깊게 빠져든다. 극중 바비 목소리를 맡은 조디 벤슨은 “`토이 스토리3`는 모든 종류의 감정을 다 느끼게 해준다”며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태운 뒤 여행에 동참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의 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3D 효과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3D에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작품이다. 1995년 개봉된 1편은 컴퓨터그래픽 기술만 이용해 제작됐다. 이어 1999년 선보인 2편은 제작 전 과정이 디지털 작업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이전 작품들은 양안시차에 따른 입체감만 없을 뿐 질감과 부피는 모두 입체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이 작품은 흔들림 없는 3D 영상을 구현했다. 실사와 컨버팅을 결합한 대부분의 3D 영화는 배경이 뿌옇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주요 피사체를 제외한 주변 배경을 볼 때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토이스토리3`는 이런 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한 덕분이자 주요 피사체에 입체감을 더욱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3D로 만들어낸 스케일도 압권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전 작품인 `업`은 카메라 사이 간격이 2.25인치였으나 `토이스토리3`는 3분의 1인치로 좁혔다. 이는 시야 자체를 장난감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주요 등장인물이 장난감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더욱 큰 스케일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3D 안경을 착용했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일반 2D 애니메이션을 볼 때와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픽사 제작진의 노력 덕분이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황지혜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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