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벤처 2.0은 중간 회수시장 육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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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역량은 도전적 기업가 정신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이 주도한다는 것은 선진국 산업 역사가 입증한다. 1차 벤처붐을 능가하는 벤처 2.0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벤처 2.0 정책은 여러 가지 화두가 있지만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도 중요한 의제다.

벤처는 본질적으로 고위험 · 고수익을 추구한다. 개별 벤처기업은 실패 확률이 높으나, 벤처생태계는 혁신을 통해 국가의 성공을 이룩한다. 기업가 정신의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도전적 실패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은 본질적으로 융자가 아니라 투자로 이루어진다. 융자는 실패를 배제하려 하나, 투자는 성공을 지향한다. 중진국까지 요소 주도 경제에서는 실패를 배제하는 불패의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나, 선진국형 혁신경제에서는 성공을 지향하는 필승의 사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벤처 1.0의 핵심 정책인 코스닥은 상장을 3~5년 앞둔 기업들에 투자해 상장 이후 회수하는 이른바 프리코스닥 시장을 육성했다. 그 결과 선도 벤처의 자금문제 해결, 벤처 1.0의 대약진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코스닥 상장까지 평균 12년이 걸린다는 시간적 한계 때문에 창업 후 평균 7년까지 벤처기업 투자는 극도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때 반짝했던 엔젤 투자가가 사라진 이유다.

초기 투자의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모태펀드로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5년 이내 회수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벤처펀드의 초기 투자는 흉내만 내는 수준에 머물렀다. 자금 공급의 확대가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초기 투자의 중간 회수시장 육성을 통한 자금의 선순환이 지속가능한 문제 해결책이다. 벤처 1.0의 최우선 정책이 코스닥이었듯이 벤처 2.0 정책의 최우선은 중간회수 시장 육성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기업은 크게 3단계에 걸쳐 발전한다. 1단계는 기술 사업화, 2단계는 국내 시장 진입, 3단계는 글로벌 시장 진입이 되며 각각 3~5년이 소요된다. 벤처 정책은 이에 입각해 창업벤처 정책, 성장벤처(이노비즈) 정책, 글로벌 벤처 정책 등으로 나누어 추진해야 한다.

중간 회수시장은 사업화를 완료하고 시장 진입을 앞둔 2단계 기업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 단계의 기업은 `스스로 시장 개척을 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 선도 기업과 협력 혹은 합병을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미국에는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 성공을 지속하는 기업도 많으나, 다수 기업이 협력과 합병을 선택하는 것은 창업벤처의 핵심역량이 기술이지 영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스닥 상장보다 M&A를 통한 자금 회수가 10배나 많은 이유다. 우리나라는 M&A가 10분의 1 수준이다.

또 중간 회수시장으로 프리보드 육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일단 시장 규모가 임계질량에 도달해야 활성화되기에 코스닥 상장 시 가점을 주는 제도는 프리보드 등록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며, 사회적 타당성이 충분하다.

코스닥 퇴출기업이 머무르다 요건이 충족되면 다시 코스닥에 복귀하는 제도는 코스닥의 건전화에도 돌파구가 된다. 소액 공모시 간이 유가증권 신고서 규제 개선이 자금조달 시장으로 프리보드의 활성화에 힘을 보탤 것이다. 외부 감사를 통한 투명성 제고와 정보 중개 기능의 활성화 등으로 가장 중요한 M&A시장의 일정 역할을 부여해 보자. 나아가 제이스톡, 팍스넷과 같은 비공인 시장의 개방 플랫폼으로서 확대개편도 바람직하다. 이제 중간 회수시장 정책이 벤처 2.0의 핵심 정책임을 선언한다.

이민화 기업호민관 mhlee@homi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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