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안전 사고는, 人災

무더운 여름철이다. 8월의 끝 무렵이라 폭염은 어느정도 가신듯 하지만 여전히 더위는 진행형이다. 최근 서울에 첫 폭염주의보가 내리고 올 들어 8번째로 최대 전력수요를 갱신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전기안전 사고나 화재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특히 잦은 비로 인해 습도가 높아 누전으로 인한 감전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전기로 인한 감전사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화재 비중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간 10%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전기화재 점유율이 19%대로 현격하게 줄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사용자 단계 안전사고는 오히려 증가=전기재해통계분석에 따르면 요식 · 유흥 · 숙박이나 공공시설물 · 공사장 등의 전기안전 점검 강화로 최근 전체 감전사고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주거시설에서의 사고는 되레 늘고 있다.

실제로 2006년 124건이던 주거시설 감전사고가 2007년 139건, 2008년 144건으로 증가했다. 부상자도 2년간 20명이나 늘었다.

공장이나 작업장 등에서도 여전히 사고 건수는 증감을 반복하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 유통매장 등의 등장으로 유통 · 판매 부문에서의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에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전기화재, 비중은 줄고 건수는 그대로=전기로 인한 화재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줄었지 건수는 그대로다. 전기화재의 경우 지난 1999년만 해도 총 화재 중 28.8%(1999년 기준)를 차지했다. 10년이 지난 2009년에는 19.8%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비중으로만 보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실제 화재 건수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전기화재 건수는 9765건이고 지난해에는 9391건이다. 증감을 반복했으니 실제로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연히 사망자나 부상자 수도 별반 차이 없다.

다만 전체 화재 건수가 3만3865건에서 4만7318건으로 증가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었을 뿐이다.

◇전기 사고는 人災=우리나라 전기 품질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전기 안전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주변 국의 연도별 전기화재 통계를 보면 2007년 일본의 경우 전기화재 점유율이 약 12.8%, 싱가포르는 10.9%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각국의 감전 사망자수를 비교해 봐도 일본은 100만명당 0.22명이고 영국은 0.3명이다. 우리나라는 무려 1.4명에 이른다. 일본에 비해 6.4배 높고 영국과는 4.7배차이다.

1990년대 이후 점차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전기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기관련 사고는 인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주거 시설에서의 감전사고가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220V는 감전돼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전주나 철탑 주변 감전사고의 경우 5명 중 한 명 꼴로 목숨을 잃어 사망률이 가장 높다. 전압이 높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근처를 지날 때만 조심하면 된다.

월별 감전사고 현황을 보면 2008년 기준 전체 565건 중 3분의 1가량인 178건이 7 · 8월에 집중됐다.

특히 사망자는 3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장마철 비로 인한 것이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것들이다.

전기화재도 마찬가지다. 장소별로 보면 지난해의 경우 주거시설이 2489건으로 전체 전기화재 9391건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 합선에 의해 일어나며 정기적인 점검만 해도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전기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한국전기안전공사를 두고 각종 예방 및 관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스피드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주거용 전기설비 고장이나 정전이 발생한 경우 지역 번호에 관계없이 1588-7500으로 전화만 하면 무료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전기안전공사는 전국에 63개 사업소를 두고 24시간 출동 대기 중이다. 장마철 및 해빙기에는 전기안전 강조기간을 설정, 취약시설 집중 점검은 물론이고 종합상황실 운영을 통해 전기재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안전사고 교육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5세 이하의 영 · 유아들의 감전사고율이 약 15%에 달한다.

전기안전공사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기안전 인형극`을 통해 올바른 전기기기 사용법을 알려준다.

조만현 전기안전공사 홍보실장은 “2008년 1만여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수가 1년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전기안전은 어려서부터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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