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융합공학부에 4년간 255억 투자
이기태 스타일의 파격교육이 시작됐다. 일명 연세대학교 `이기태 학부(글로벌융합공학부)`가 학생들에게 전액장학금을 주는 것도 모자라 숙식비, 생활비까지 제공한다. 우수 인재 선발을 위해 미래융합기술연구소에 고고 1~2학년 학생을 `인턴연구원`으로 뽑아 가르친다. 이기태 연세대 교수는 22일 “아직 우리나라 대학이 안 가본 길”이라며, 파격적 교육 실험에 나서는 입장을 한마디로 대변했다. 이재용 연세대 공과대학장은 “송도 국제캠퍼스 글로벌융합공학부는 국내 최상급 조건으로 어떤 학부보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최근 에너지환경 · 나노 · IT융합 등 3개 전공, 120명 정원의 규모로 인천 송도캠퍼스에 신설할 글로벌융합공학부에 초기 비용만 2014년까지 255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각종 실험실 장비를 비롯해 지금까지 단일학부에서는 갖추기 힘들었던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총장급 대우(50호봉)` 교수로 영입한 데 이어 파격실험에 나서는 이기태 교수를 전격 지원하기 위해서다. 단일 학부에 대한 투자로는 파격적인 규모다.
초기 투자는 4년에 걸쳐 이뤄지며 내년에는 우선적으로 IT융합전공 20명을 선발한다. 이들을 포함해 향후 선발할 글로벌융합공학부의 모든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며 숙식비와 생활비까지 보조한다. 이를 위해 55억원을 별도로 배정했다. 교수진으로는 내년에 8명, 2011년 11명을 새로 모집한다. 에너지환경과 나노전공은 2012학년도에 개설할 예정이다.
연세대는 단순한 성적이 아닌 창의적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일체 반영하지 않는 대신 창의성과 열정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지표와 학교장 및 담당교사와의 학생 분석, 수일간의 심층 면접으로 높은 가능성을 내재한 학생을 골라낸다. 우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내년부터 미래융합기술연구소에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을 `인턴연구원`으로 뽑는다.
이 전 부회장은 “빠른 시간에 영재들을 뽑아내야 한다. 짧은 시간에 학부 졸업시켜 학계와 산업계로 인재를 투입하기 위해선 기존 시스템에 대한 변혁이 필수”라고 말했다.
교육과정도 일반 공대와는 다르게 짜여졌다. 틀에서 벗어난 커리큘럼 구성을 위해 공학인증(ABEEK) 형식을 채택하지 않는다. 대신 `TIF(Technology · Imagine · Future)`라고 설정한 기조에 따라 다양한 교육 방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 교수가 한 강의를 맡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수가 하나의 강의를 구성하는 `팀티칭` 방식이 도입된다. 또 학부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산업체가 풀지 못하는 기술적 문제나 학생 스스로 찾아낸 문제들을 스스로 정의해 해결하고 특허조사 및 시장조사, 가치평가까지 수행하는 `창의설계`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세가지 트렌드가 앞으로 미래의 먹거리가 맞지 않느냐”며 “미래 기술에 대한 트렌드는 기존의 기초 · 응용연구로는 뚫어보기 힘들다. 융합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수 선발에 대해 “(융합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 · 사회 · 예술 등 다른 분야의 교수와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산업체 인사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현재 국내 학계 및 산업체 인사, 해외 유명 기업인 등 200여명에 이르는 교수 풀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