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자본이 지배하는 신문사에서 기자는 `사실`을 다루어야 할지 `회사 수익`을 신경 써야 할지를 갈등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이 사라져간 학교에서 교사는 `선생`으로서 교육에 충실해야 할지, `직장인`으로서 학교에 충성해야 할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숨 가쁘게 단기성과에 연연하는 회사에서 나는 실적에 쫓기느라 장기적인 성장은 포기해버렸다. 짝퉁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듯 짝퉁 성과주의가 우리를 집어삼켰다.
옛말에 `나중에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짝퉁 성과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짝퉁 성과를 내는 나의 문제일지 모른다. 회사가 단기성과를 강조했다고 해서 장기성과를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이지만 직업인으로서 당당해야 하고 직업인이지만 직장을 성장시켜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이 둘은 뗄 레야 뗄 수 없다. 이 둘을 구획 짓지 말자. 둘은 하나다. 특히, 단기적 성과라도 부여잡아야 할 때가 있다. 전쟁 중에는 성장보다 생존이다. 우리 회사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고려해보자. 생존이 급선무인 사람에게 장기성과와 단기성과는 한편이다. 단기성과를 포기한 장기성과는 있을 수 없다. 단기 성과와 장기성과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필요충분조건이다. 어쩌면 전시 상황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자가 이자를 만들고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을 이룬다. 우선 오늘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고 싶은 날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다. 실적에 쫓기는 하루하루의 성취가 임계점을 지나면 눈두덩이 불어나듯 장기적 성장이 꽃을 피운다. 진실은 진실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직장인의 한계와 직업인의 한계를 알면서 그 둘의 조화를 이루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지혜다. 이쪽은 모두 진실이고 저쪽은 모두 거짓이라고 구획 짓는 그 지점이 바로 진실을 매도하는 지점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별하는 것, 한계와 원칙을 구별하는 것, 그것이 삶의 화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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