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장비업체, 해외 공략서 `희비` 갈렸다

#지난 1995년 설립된 주성엔지니어링.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누적적자가 1200억원에 이르면서 회사 존립마저도 위협받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투자와 고객확보 등으로 올해 매출은 4000억원을 바라본다.

#지난 1998년에 설립된 코아로직. 지난 2006년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으나 지난 상반기에는 12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함께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던 국내 팹리스와 장비 업체들이 올해 극명한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비 업계는 주문이 넘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팹리스 기업들은 반도체 시장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승세를 못타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가 국내 상위 10개 장비 업체와 팹리스 기업들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 10개 장비업체들의 매출합은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1조255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 세계 장비시장 성장률의 2배를 웃도는 호실적이다. 10개사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에 비해 16배가량 증가한 16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상위 10개 팹리스 기업들의 지난 상반기 매출 총액은 41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86억원에서 답보상태다. 그것도 1위 업체 실리콘웍스를 제외할 경우 9개사 매출은 3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150억원 가량 줄어든 397억원에 그쳤다.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3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퇴보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반도체 장비 산업보다는 팹리스 분야를 더 유망한 분야로 평가해왔다. 2000년 IT 붐이 발생하면서 재원들이 팹리스 분야에 뛰어든데다가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까지는 팹리스 기업들의 실적이 장비 기업들의 실적을 초과했다. 희비는 해외 시장 개척여부에서 갈렸다. 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장비 분야의 경우 특정 업체 투자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측면이 커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왔다”며 “그 결과 일부 장비업체의 경우 매출의 5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팹리스 기업 가운데 삼성, LG에 판매돼 해외로 판매되는 로컬 수출을 제외하면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이 거의 없다. 팹리스 기업들이 삼성 · LG 위주로 납품하다보니 삼성이 반도체 제품을 개발해 자체적으로 사용하다보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팹리스 업계에서는 국내에 순수 파운드리가 없어 구조적으로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팹리스와 장비업계 간의 희비는 수요처와의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장비업체와는 일종의 공생 관계를 구축해왔지만 팹리스 업계와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며 “관계 설정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장비분야가 아이디어와 이론이 중요한 팹리스와 달리 업력과 노하우가 중요한 아날로그적인 측면이 있어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오은지기자



단위 억원. 팹리스 10개사:실리콘웍스, 엠텍비젼, 티엘아이, 에스이티아이, 실리콘화일, 아이앤씨테크놀로지, 텔레칩스, 네오피델리티, 피델릭스, 넥스트칩, 장비 10개사: 세메스, 주성엔지니어링, 디엠에스, 케이씨텍, 아토, 이오테크닉스, LIG에이디피, 한미반도체, 에스에프에이, 아이피에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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