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오피스 도입 기업 1년새 16%→56% `껑충`

◆ 제4부 스마트워크 혁명 ◆

(주)대상 서울사업부 영업사원 5년차인 노재석 매니저는 요새 본사로 출근하는 날이 부쩍 줄었다. 회사가 SK텔레콤과 손잡고 지난 6월 모바일오피스를 구축한 후 생긴 일이다. 아침에 본사로 출근해 전국 매장 재고 현황을 점검하며 하루 동선을 짜던 노 매니저 일과가 완전히 변했다. 매일 아침 블랙베리 스마트폰에 업데이트되는 전국 매장 정보를 살피고 현장으로 바로 출근한다. 덕분에 일주일에 본사로 출근하는 날은 고작 1~2일에 불과하다. 한정된 시간에 더 많은 매장을 방문하면서 업무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지방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이메일을 보내고 결재를 올린다.

일선 기업에 빠르게 접목되고 있는 모바일오피스가 `스마트워크(Smart Work)` 체제를 구축하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손 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모바일 근무 토양이 마련된 덕분이다.

매일경제신문이 57개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모바일오피스 도입 현황`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바일오피스 도입 기업이 불과 1년 만에 15.8%에서 56.1%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까지 모바일오피스를 도입한 기업은 57곳 중 9곳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8월 현재까지 도입을 완료(12곳)했거나 연말까지 구축 예정(11곳)인 기업을 합하면 모바일오피스 도입 기업은 연말에 32곳이나 된다.

이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인 기업이 7곳, 내년 하반기 이후 적용하겠다는 기업이 11곳이나 돼 전체 설문 대상 업체 중 87.7%가 모바일오피스를 채택하게 된다. 대기업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셈이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모바일오피스 시장 규모가 2009년 2조9000억원에서 2014년 5조90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도시철도공사(6500여 명) 코오롱그룹(8000여 명) 등 직원 전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며 모바일오피스를 업무 중심축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김영식 도시철도공사 기술관리단장은 "CIT 캠페인을 축으로 모바일오피스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며 "비용 절감, 기업문화 개선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 근무와 재택 근무 도입 이전에 모바일오피스가 스마트워크를 향한 징검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웅식 LG CNS 스마트소프트웨어부문장은 "기존 정보기술(IT) 기반을 크게 흔들지 않고 신속히 도입할 수 있어 장점"이라며 "모바일오피스가 스마트워크 시대를 여는 기폭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오피스가 스마트워크를 구현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기업 중 94.7%(54곳)는 `매우 그렇다(25곳)` 혹은 `그렇다(29곳)`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60.3%) △끊김없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33.3%)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조영천 코오롱베니트 사장은 "모바일오피스를 채택한 기업들이 조직문화 개선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런 장점을 인지한 여러 기업이 새로운 근무 양식을 속속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오피스가 국외에까지 보급되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LG CNS가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오피스 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외 직원이 시차와 공간을 초월해 스마트폰으로 결재를 주고받고 업무를 협의할 수 있다. 국외지사 근무 패턴이 혁신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스마트워크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영상회의시스템, 원격 근무 센터 등 스마트워크를 위한 IT 기반이 미흡하다고 답한 기업이 40%에 달했다. 수년 안에 스마트워크 추진을 위한 IT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모바일오피스가 직원 업무량을 늘려 조직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24%가 이같이 답했다.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24시간 일에 매달린다는 부담감을 호소할 수 있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근무패턴 변화가 주는 조직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크다. CEO가 전면에 나서서 직원을 안심시키고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 < 용어설명 >

모바일오피스 = 스마트폰 등 모바일 휴대기기를 이용해 시간ㆍ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근무환경. 사무실ㆍ공장 등 일정 근무지를 벗어나 차량 이동이나 출장 중에도 서류결재, 이메일 체크, 사내 인트라넷 접속 등이 가능하다.

[매일경제 특별취재팀 = 김성회 산업부 부장(팀장) / 황인혁 기자 / 손재권 기자 / 황시영 기자 / 모바일부 =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