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수출의 벽 인증을 넘어라

#“인증 비용이요? 어휴 말도 못해요, 기존 제품을 조금 업그레이드해서 태양광모듈 하나 만들어 낼 때마다 인증비용으로 몇 억원씩 들어갑니다. 생각 같아서는 기존에 인증받은 제품들만 계속 수출하고 싶은데 그게 어디 제 맘 같나요. 경쟁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높인 모듈로 계속 치고 올라오니까요. 이제는 아예 인증비용을 제품 개발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어차피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인데, 인증 받지 못한 제품은 해외 시장에 명함조차 꺼내지 못하니까요. 정말 인증 없는 세상에서 사업하고 싶습니다.”

#“요즘 정말 국제인증에 한이 맺힙니다. 최근 유럽 시장에 태양광발전 수요가 증가해 덩달아 인버터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한 독일 업체에서 우리 회사로 50㎾급 중형 인버터 구입 의사를 전달해 왔습니다. 바로 제품 스펙이 담긴 설명서와 가격 등의 정보를 제공했지만, 국제인증 획득 여부를 최종적으로 묻더군요. 그래서 아직 국제인증은 받지 못했고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인증`은 획득해 국내에 일부 보급을 한 사례에 대한 정보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들은 대답은 `제품의 스펙은 만족하지만, 국제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국제인증을 신청하고 절차에 따른 검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인증을 획득하는데 적어도 1년가량이 걸립니다. 인버터를 사겠다는 곳은 많은데, 공장에는 제고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에서 발전차액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인증을 받고나면 정작 수요가 줄어들 것만 같습니다. 답답합니다.”



신재생에너지업계가 국제인증 때문에 울상이다.

인증을 받는데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인증 비용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까지 달하고 있으며, 기간은 짧게 몇 개월에서 길게는 2년가량 걸리기도 한다. 이는 제품을 개발해 많은 돈을 들여 인증을 받고나면 구형이 돼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요즘 들어 태양광을 필두로 신재생에너지분야 수출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신성장동력으로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수출산업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일정수준 이상의 성능 및 품질이 확보된 제품생산은 물론이고 해외 수출을 위해 요구되는 주요 인증기관의 인증을 취득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독일 및 대부분의 유럽지역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 프로그램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은행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승인조건이 TUV · VDE 등의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이 걸려있다.

미국은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주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용되는 제품에 대해 UL인증서 및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CEC)로부터 성능테스트를 받아야 보조금 지원신청이 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를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애물단지 국제인증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활발한 수출 속, 국제인증시스템 구축된 태양광=현재 국제인증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분야는 태양광 분야가 유일하다.

태양광발전 인증은 2004년부터 국제전기표준회의전기제품인증(IECEE) 적합성평가위원회(CAB)에서 결정되고 있다.

IECEE의 태양광발전 인증의 목적은 국제전기표준회의(IEC) 규격에 따르는 가정용 · 상업용 · 농업용 · 계통 연계형 및 이와 유사한 태양광 설비의 부품 및 시스템에 대한 품질 신뢰성 제고 및 국제무역 촉진이다. 태양광 인증은 IEC규격을 근간으로 안전요건에 성능요건도 포함시켜 실시하고 있다. IECEE 태양광분야(CB)를 통해 회원국의 시험 검사기관에서 시험된 전기제품은 더 이상의 시험 없이 시험결과를 상호 인정해 국가 간 상호 중복되는 시험생략을 통한 경비 및 적시 시장진출을 위한 시간 절약, 그리고 국가 간 무역장벽 해소를 통한 국제무역을 촉진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한국 · 미국 · 중국 등 4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어 보다 편리하게 태양광의 상호인증을 추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IECEE CB 가입을 신청해 2차에 걸친 회원국 심의를 거쳐 2008년 12월 국내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을 국가인증기관(NCB)으로, 국내 인증제도의 태양광분야 성능검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결정질 태양전지모듈, 태양전지 셀 성능평가)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전력계통 연계)이 해당규격 분야의 국제공인시험기관(CBTL)으로 지정됐다.

현재 에너지기술연구원과 산업기술시험원이 모듈안전성평가 등 13개 신규 규격에 대해 품목추가 신청을 한 상태이며, 조명기술연구소의 경우 태양광랜턴 등 3개 신규 규격에 대해 신규 CBTL 신청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관을 통한 지속적인 규격 확장으로 국내 태양광분야 수출산업화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풍력 국제인증 초기단계…신재생 상호인증은 어려워=풍력 분야의 경우 국제인증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 풍력분야의 현재 대표적인 국제인증기관으로는 GL · DEWI-OCC · DNV · UL 등이 있으며 이들 기관이 인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풍력 인증은 특성상 풍력터빈 설계과정부터 제조 후 전력을 생산하기까지 인증기관이 참여해야 하므로 풍력터빈 제조회사의 육성과 더불어 정부 지원 아래 풍력터빈 인증과 관련한 성능 평가 시험시스템 및 설계 적합성 평가시스템이 구축 중에 있다.

현재 풍력발전 국제인증시스템(IEC Wind Turbin)은 준비 중에 있다. 2001년 풍력에서 `풍력발전시스템의 시험 및 인증절차에 대한 규정`을 제정했으며, 안전성 평가기준인 IEC 61400-2 등 9종 제정, 소음측정기준 등 5종 및 부품인증 규격이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부품인증 절차 등 초안을 개발해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분야에서 이 같은 국제인증체계가 구축되더라도 국가별로 자국 산업 보호차원에서 성장동력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상호인증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랜 역사를 보유한 특정 인증업체들은 기술적 격차 문제로 상호인증을 거부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자국의 인증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증을 정해, 수출시 요구하고 있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인증 적극 대응, 상호인정협정 강화 추진=정부는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통해 인증시스템에 관한 국제기준 부합화 및 국제 상호인정협정에 꾸준히 대비하고 있다. 또 관련 성능검사기관도 KOLAS · IEC CBTL 등 국제적인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인증 · 시험기관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내 제조업체는 저렴한 인증비용으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제품인증기관에 관한 요령(ISO/IEC Guide 65)에 따라 인증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매뉴얼 · 절차서 · 지침서를 마련하고 국제수준의 인증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 해외 유수의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는데 간접적인 도움은 되고 있다.

아울러 당장 신재생에너지 제품 제조기업의 수출 지원 확대를 위해 해외시장 선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해외 인증마크(UL · TUV 등) 획득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인증품목 및 성능검사기관 확대, 서비스 강화뿐만 아니라 국제 상호인정협정을 위한 지속적인 인증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 신뢰도 제고 및 수출경쟁력 향상을 유도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상으로 전문성과 조직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증기관의 위상 및 전문성 강화에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