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거버넌스 개편 초읽기]<하>쟁점 해결위해 서로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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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국가 R&D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의 요체는 효율성과 인력유동성의 확보다. 정부안의 핵심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 강화와 출연연 통합법인 출범이다. 과학기술계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쟁점은 예산 조정권과 출연연 부처이관이다. 효율성과 인력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제시한 방법론에서 이 두 가지가 빠지면 안 된다는 출연연 정서와 법제화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부 측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출연연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국과위 상설화 등 정부조직법 개편과 예산권(조정)을 뜯어 고쳐야 하고, 각 부처 의견 조율 등 산적한 업무를 수용하기에는 현정권 임기가 길지 않다는 점 등을 걸림돌로 꼽았다.

과기계는 이 점을 이해하지만 차제에 과학기술계가 최소 10~20년의 비전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조정권이 포함된 기본 틀(컨트롤타워)이라도 만들어 달라는 주장이다.

출연연은 양적인 연구결과 증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성과가 드물다는, 시장을 무시한 공급자 중심의 R&D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나름대로 인정한다. 상호 칸막이식 연구개발 사업이나 융 · 복합 연구대응에 미흡한 점도 일정부분 동의한다. 기관별 인사권을 가진 고참 연구원들이 자기 전공위주로 인력을 선발, 출연연의 전공 고착화를 유발하는 `스스로 둘러친 울타리`나 `벽`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출연연 구조 개편이라는 각론으로 접근하게 되면 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출연연 개편에 따라 자신의 연구 분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출연연 이기주의 극복도 관건이다. 연구원들은 국가 R&D 거버넌스 개편과 정부출연연구소 조직통합에 따른 인력구조조정을 동일하게 여기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출연연 개편안 추진을 두고 소문만 무성할 뿐 상호 세밀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없다 보니 정부와 연구현장 사이에 불신과 갈등만 증폭시킨다고 반발한다. 공식적인 논의 장으로 거버넌스 문제를 끌고 나와 공론화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공공연구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소통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의 R&D 거버넌스 개편은 실패할 것”이라며 “아우르며 함께 가도 힘든 일인데, 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제화 과정에서 공공연구노조와 출연연 관련 단체, 나아가 야당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 원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19일 출연연 개정 법률안에 대한 부처협의를 거쳐 20일 4개 부처가 국가 R&D 거버넌스 개편안을 공동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협의과정이 지연, 발표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일단 이달 26일 입법예고를 거쳐 9월 10일 법제처 심의, 10월 초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뒤 내년 1월 1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으로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방식이라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도태가 이뤄져야 하는데 출연연 인력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출연연을 정부부처가 쥐락펴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희범, 김유경 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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