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 인력 대이동

“대기업에서 직급 올려주고 연봉도 더 준다는데, 잡아둘 수 없지 않겠습니까.” 태양광 장비업체 A사 임원.

“이직 전에 헤드헌팅사에 이력서를 내놓은 게 있는데 지금도 이직 의향을 묻는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컨설팅업체 B사 임원.



태양광 분야에 인력 스카우트 폭풍이 일고 있다. 최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대기업들이 인력 스카우트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역시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다.

올 4월 지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태양광 인력은 5587명. 정부는 올해 사업이 확장되면서 2000여명이 늘어난 7572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술적으로 2000여명의 새로운 태양광 분야 인력이 필요하지만 인력 수급은 정체 상태다. 대기업들은 신규 인력보다는 이미 검증된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타깃을 중소·중견기업으로 잡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 업체에서 태양전지 인력 8명을 스카우트해 국내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8명 모두 경력 15년에서 20년 정도의 베테랑으로 8월까지 교육을 마치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한다. 삼성전자는 태양광 부문에 향후 10년간 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30㎿ 태양전지 양산라인이 있는 기흥공장 연구소를 확대하기로 하고 인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0명 정도인 연구인력을 최근 200여명으로 늘렸으며, 500명 정도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연구인력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까지 1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생산능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LG전자도 인재 확보전에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충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문은 지속적으로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만 600㎿까지 제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현대중공업은 마북 태양광연구소를 태양전지 설비가 있는 충북 음성으로 이전한다. 이곳에 입주할 연구, 제조 인력이 영입 1순위다.

중국 솔라펀을 인수한 한화케미칼도 공개채용에 나섰다. 한화 관계자는 “연구인력을 비롯해 엔지니어·기획·시장조사 파트까지 다양한 부문 인재를 확보할 것”이라며 “현재 10명 정도인 연구인력만 40~50명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인력 모집에 중견기업들은 아예 손을 놓았다. 인재풀이 워낙 적은데다가 대기업들이 가세하다보니 경력자나 엔지니어 수급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바닥이 좁다보니` 특정 분야에서 알려진 중소기업 엔지니어는 이미 스카우트 대상에 올라있다. 일부는 대기업으로 이동한 상태다.

중견 태양전지업체 임원은 “2년 전쯤 대기업에서 인력을 많이 뽑아갔으나 태양광 시장이 침체됐던 지난해에는 좀 뜸했다”면서 “최근 시장이 회복되면서 다시 (스카우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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