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2.0] 고객은 피곤하다. 이제 심플한 제품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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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마케팅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고객 요구보다는 기업간 경쟁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제품 구색을 단순화해 고객의 혼란을 줄였다는 평가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뒤로 아이팟과 아이폰이 전시돼 있다.

제품이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첨단 제품일수록 그렇다. 새로운 기능이 하루가 멀다 하지 않고 추가돼서다. 그러다보니 고객은 머리가 아프다. 너무 많은 기능이 오히려 고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 `피곤한 고객과 단순한 마케팅`에서 “기업 간의 경쟁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고객의 선호는 무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품 기획 및 개발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능과 기술 하나 하나가 소중하지만, 고객들은 날마다 사용하는 복잡한 제품 가운데 하나로만 치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한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나 수많은 옵션을 장착한 차량이 잘 팔리는 것은 본질적인 필요보다는 신분을 상징하거나 또는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비 행태가 먼 미래까지 이어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장 변화의 단초는 바로 저성장과 중년 소비자에 있다. 선진국의 저성장은 실질적 가치가 큰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시장의 무게 중심은 기능보다는 실속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년층도 마찬가지다. 맥킨지 연구를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 중년층에 비해 훨씬 더 가치 지향적 소비행태를 보인다. 디자인이나 스타일보다는 기능과 가격을 더 중시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제품의 단순화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채널의 단순화도 요구된다. 미국의 코스트코와 같은 회원제 할인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여기에는 판촉(판매촉진)행사가 적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만족 요인으로 꼽는다. 가격 할인, 끼워 팔기 등 판촉행사가 즐겁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은 행사를 일일이 챙기는 것이 피곤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평소에 선호하는 제품이 판촉 대상이 아닐 경우, 새로운 제품과 기존 선호 제품과의 구매 갈등에 놓이게 된다. 판촉 행사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브랜드 가치 훼손 및 미래 매출 감소 등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연구원은 이 측면에서 “판촉을 줄이면 기업 입장에서도 직접적 판촉비용이 줄어드는 효과 이외에 의사결정이 단순해지고 관리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널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유통 채널 다양화에 대한 욕심을 느낀다. 이 또한 단기적으로는 매출 상승의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리비 증가에 따라 전반적인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사의 움직임이나 기존 관행으로부터 눈을 돌려 고객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단순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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