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고 사업파트너로서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 하계포럼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데는 대기업 역할이 크다"고 전제한 뒤 "다만 대기업의 선전 배경에는 수많은 중소 하청업체의 분투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도 그런 측면에서 걱정하는 것이지 대기업의 역할과 공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을 인용,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배려를 재차 촉구했다.
윤 장관은 특히 납품단가 조정, 결제 관행 등 대기업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대기업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거나 "`어물전 꼴뚜기`처럼 일부가 대기업 전체를 망신시킨다"고 꼬집으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당부했다.
그는 "몇 십조원 현금이 있으면서 납품사에 현금 안주고 어음 주고 어음도 일주일짜리 안주고 한달짜리 주지 않았는가", "발주도 서면 대신 구두로 하고, 중소기업이 기술개발하면 인도받고" 등 질타성 발언을 쏟아낸 뒤 이런 얘기에 귀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중소기업이 발전해야 대기업의 국제경쟁력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 상황과 관련, "연간 5.8% 성장률 전망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고 경상흑자도 연간 전망치인 150억달러를 상당 수준 상회할 것"이라며 `성장-고용창출-소득.소비 증가`의 선순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선 거시정책기조의 점진적 정상화 방침을 재확인한 뒤 "7월초 금통위의 금리인상도 같은 맥락"이라며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치 못한 측면과 잠재적 물가압력에 선제 대응할 필요성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너무 일찍 식어버려서도 안되는 그야말로 균형점을 잡아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한 뒤 향후 서민 체감경기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서비스업 선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윈스턴 처칠의 문구를 인용해 "꼭 가야 할 길이라면 중도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통해 느낀 교훈으로 "무엇보다 극단을 배격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념이나 정치의 과잉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평안할 때 위험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대비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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