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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KAIST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MIT에서 2년간 박사후과정을 거친뒤 대덕연구단지에서 인공지능로봇을 연구합니다. 20년 뒤쯤엔 화성에 우주기지를 건설할 것입니다.”강원도 태백에서 먼길을 달려왔다는 김성진군(초등 4년)이 공개한 장래 희망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태구군(초등 6년)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는 과학자가 될 것”이라며 “인디애나 존스처럼 연구해 노벨상도 받고 싶다”는 꿈도 내놨다. 지난달 28일 3박 4일 일정으로 대전시 KAIST에서 열린 제1기 과학영재 CEO캠프(www.werobo-edu.com 02-1688-2143). 최고경영자(CEO) 선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후보들의 의견 발표 모습이다. 이날 캠프가 진행되는 현장을 따라가 봤다.
부산, 대구, 광주, 태백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여 명의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틈만 나면 재잘재잘 쉬지 않고 떠든다. 멘토 교사 10명이 조별로 할당되고, 이들이 아이들을 6명씩 나눠 밀착 지도에 나서면서부터 학습 분위기가 잡혔다.
간단한 캠프 입학식에 이어 전 KAIST 교수의 특강이 이어졌고, 자리를 옮겨 회사 설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아이들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재미와 관심 때문인 듯하다.
멘토 교사의 지도를 받아 CEO를 선정한 뒤 CEO가 된 학생이 직접 임원진 선발에 들어가자 갑작스레 이곳저곳에서 선호하는 학생을 끌어가느라 난리다. 임금을 다른 회사의 두 배로 주겠다는 제안도 나왔고, 해외 파견 근무를 제1조건으로 내거는 CEO도 나타났다.
방학을 이용해 미국에서 캠프를 찾아 왔다는 미국 국적의 남수아(제니퍼 남)양(뉴욕 P.S.165Q 4년, 우리나라 초등 4년)은 한국어가 다소 서툴긴 해도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인지 스카우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임직원 구성이 끝난 뒤에도 조별로 무슨 회사를 만들 것인지 논의하고 회사 이름도 만들며 사업 아이템을 논의하느라 아이들의 입은 분주했다.
CEO를 중심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홍보책임자(CCO),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고객만족책임자(CSO),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된 이들이 31일까지 3박 4일간 회사의 사업화 과정을 진행했다.
둘째 날에는 아이들이 직접 하는 투자설명회와 투자를 진행했다. 아이들은 미리 나눠준 벤처머니에 각종 칭찬포상금을 모아 투자했다.
KAIST 대탐험과 로봇항공기 시연 및 체험을 마친 뒤 저녁식사 후에 펼쳐진 과학마술 쇼에서는 아이들 모두가 넋을 잃고 마술사가 된듯 몰입했다.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공중부양 등 다양한 마술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셋째 날, 회사별 사업 준비와 체험, 사업 결산, 창의로봇 교육 및 제작, 창의로봇 예선 및 본선과 로봇댄스가 진행됐다. 넷째 날, 타임캡슐 묻기, 사업결과 발표, 시상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자 아이들은 이미 과학영재 CEO가 된듯 표정이 밝았다.
이들 속에서 미래의 아인슈타인이 나오고 빌게이츠도 탄생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숙원인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도 이 속에 있을 것이다.
박인영 멘토 교사는 “참가 학생들이 서로 나이도 다르고 지역도 달라 때론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수도권 아이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했다”며 “힘을 모아야 뭔가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을 습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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