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에 속타는 삼성전자

오는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중 제주도에서 열리는 `스마트그리드 위크(Smart Grid Week)`에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개별 홍보관을 갖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반면 경쟁사 LG전자는 컨소시엄 주관사로서 독자 개별 홍보관을 설치하고 스마트 가전을 대거 전시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가 녹색성장 핵심분야로 적극 추진 중인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은 SK텔레콤, KT, LG전자, 한국전력 등 4개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이끌고 있다.

이들 주관사는 스마트그리드 위크에 앞서 올 9~10월께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안에 각각 개별 홍보관을 연다. 지경부는 지난해 말 4개 주관사를 선정했고, 올해 5월 주관사가 아닌 기업은 개별 홍보관을 설치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해 말 스마트그리드 컨소시엄 선정 시 계열사 간 의견 합의를 못봐서 단일 컨소시엄 형태가 결실을 보지 못했다"면서 "삼성이 스마트그리드에 필요한 셋톱박스, 인터넷전화 등 통신 인프라스트럭처를 갖고 있지 않은 점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스마트그리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가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원사로 가입하고, 미국 GE와 손잡고 스마트그리드 기술연구 및 사업개발 협력을 전제로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를 가동하는 등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순택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신사업추진단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며 올봄 사장단회의에 스마트그리드 전문가를 초청해 계열사 사장들이 특강을 듣기도 했다.

삼성은 현재 스마트그리드의 SK텔레콤, KT 컨소시엄에 삼성전자(스마트 가전), 삼성SDI(에너지저장장치), 삼성SDS(관제망 구축), 삼성물산(건설) 등 계열사가 `참가사`로 포함돼 있다.

막상 주관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별 홍보관 설치에 길이 막히자 삼성은 4개 컨소시엄 가운데 하나를 이끌고 있는 KT 측에 `제주도에 같이 내려가자`는 뜻을 최근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개별 홍보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LG전자는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 펜션 2개 동을 빌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스마트 가전을 전시한다.

모든 가전이 스마트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PC-TV-휴대폰-인터넷전화 등 4개 스크린을 연동해 소비자에게 실시간 전력 사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리모컨을 사용해 외부에서 집안의 TV를 켜고 끄는 등 원격 구동하는 가전도 포함된다. 절전형 조명제어시스템, 냉난방 온도제어시스템 등 지능형 전력제어시스템을 통해 건물 내 모든 전자기기를 작동할 수 있다.

LG는 컨소시엄 주관사가 되기 위해 재빨리 `바꿔치기`하는 지략도 발휘했다. 지난해 말 컨소시엄 선정 당시 입후보한 주관사는 LG전자가 아닌 LG유플러스(당시 LG파워콤)였으나 지경부의 평가항목에 `세계 일류 제품을 개발해서 내놨는가`가 1점 항목으로 들어 있어 그 점수를 따내기 위해 LG그룹 차원에서 LG유플러스를 들어내고 LG전자를 넣었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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