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하는 최고의 스파이다. 스파이의 첨단기술이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 국가정보기관 및 사설정보기관에서도 고성능 녹음기·전파탐지기 등을 통해 첩보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 이를 역이용한 첩보 ‘탐지 기술’들도 급속도로 발전한 탓에 스파이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25일 분석했다.
일례로 휴대폰은 스파이에게 ‘창과 방패’다. 휴대폰은 스파이끼리 문자를 암호화해 쉽게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유용했다. 그러나 이제 스파이들에겐 휴대폰이 덫이다. 휴대폰을 켜기만 해도 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미국에서 체포됐던 러시아 스파이들은 가명으로 휴대폰을 사용했지만 연방정보국(FBI)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지문인식기술의 발전은 스파이의 이동 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다. 출입국 관리가 더욱 엄격해져 여권 위변조 및 밀입국이 어려워 졌다. 지문 정보로 출입국을 관리하는 미국의 경우 지문과 사람을 연결해 출입국 사무소 서버에 저장해둔다. 비슷한 지문이 뜨면 해당 인의 이름이 뜨는 시스템이다. 여러 개의 위조 여권을 들고 다니는 스파이로서는 당혹스러울 노릇이다.
이처럼 첩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고도의 훈련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만들어졌던 스파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업으로 하는 첩보 활동을 하는 식이다. 한 전직 스파이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보가 디지털 데이터로 정리되기 시작하면서 죽은 사람의 여권을 사용하는 등 과거 수법은 더 이상 먹히질 않는다”며 “생체 정보를 데이터화하기도 하지만 인구 등록이 컴퓨터에 정리되고 있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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