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대항해시대]<3부-1> 벤처7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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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벤처기업협회

#1.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벤처투자 279억달러 가운데 3분의 2인 190억달러는 엔젤투자자에 의해 이뤄졌다. 엔젤투자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와 같은 성공 벤처기업인이 여전히 벤처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이에 비해 벤처 강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의 엔젤투자는 너무 빈약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엔젤투자자들이 만든 펀드는 한 건 2억원에 불과하다.

그 전 해인 2008년에는 한 건도 없었다. 사실상 맥이 끊긴 셈이다. 엔젤투자자가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지식이 얕은 초기 벤처사업가의 든든한 멘토 겸 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는 점. 개인의 자금이 들어간 만큼 더 큰 관심을 갖고 보유한 경험을 살려 모든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신생 벤처사업가에게는 투자유치와 함께 덤으로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벤처 경영 노하우를 함께 전수받는다.

#2. 설립 3년차인 벤처기업 A사 K대표(27)는 나이가 엇비슷한 벤처사업가를 찾았다. 40·50대 경영자들과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충을 많이 느꼈고 이 애로점을 서로 공유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벤처사업가를 찾기 위해서다. K대표는 인터넷을 뒤지다 못 찾고 벤처기업협회도 문의해 봤지만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K대표는 “국내에 청년 창업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제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창업 조건을 너무 단순화함으로써 별 뜻 없는 사람이 CEO 명함 들고 다니기 위해 창업을 한다며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국내 20대 벤처인들은 급격히 감소 추세다. 벤처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30대 벤처기업가의 비율은 1999년 58%에서 지난해에는 11.9%까지 감소했다.

‘벤처생태계’라는 것이 있다. 벤처가 창업해 성장 및 성숙단계를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중간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일부는 세를 더 키우고, 일부는 기존 회사를 매각해 그 자금으로 새롭게 창업하기도 한다. 여기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 특성에 따라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살려 재창업에 나선다. 일련의 과정을 벤처생태계라고 말한다. 이 중에서 하나라도 역할을 못하면 벤처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 사례는 벤처생태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예비벤처인이 창업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국내에서 초기 벤처사업가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줄어든 초기 벤처기업가가 어렵게 창업을 결정했지만 성장기를 타기까지가 너무나 버거운 환경이고 또 다른 창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벤처기업협회가 마련한 것이 바로 벤처7일 장터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이 취임 초부터 한국 벤처에서의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추진했던 것이다. 황 회장은 “한국 벤처생태계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방법”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표하면서 “올바른 교사가 사명감을 갖고 수업을 하듯이 멘토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벤처7일 장터는 황 회장을 비롯한 벤처사업가 그리고 기술·법률·수출·자금 등 각계 전문가들이 멘토로 초기 벤처사업가들에게 지원을 펼치는 내용이다. 제2의 벤처붐 조성을 위해서는 벤처 창업이 활기를 띠어야 하고 동시에 이들이 세계 최고의 벤처가 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경영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벤처 유관업계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는 거창한 목표도 세웠다. 협회가 나서서 창업벤처 탄생을 유도하고 초보기업의 생산적 장터의 한마당을 개최함으로써 벤처붐을 재점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창업성공률을 제고해 벤처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고 선도기업과 초보기업 간의 교류를 통해 동반성장을 모색하자는 의지도 담았다. ‘벤처 창업’이라는 어려운 결정이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장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벤처7일 장터는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 열린다. 2·3·4주 수요일에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소규모로 펼치고 한 달에 한번 제대로 대화의 자리를 갖는다. 멘토는 앞으로 그 수를 계속 늘려 200명 안팎까지 확대한다. 기계·전기·전자·정보통신 등 각 분야의 선도 벤처기업을 비롯해 창업과 기술, 특허, 금융, 홍보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 협회는 멘토링 진행 내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이의 성과관리에도 나선다. 멘토링 행사가 비즈니스 매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장터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자리로 만든다. 협회 측은 “사전 매칭을 통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킹이 될 수 있도록 스탠딩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들은 협회의 이 같은 움직임을 매우 반기고 있다. 지난 5월 바이오 원적외선 음이온 분야의 벤처기업 대한적외선을 설립한 전태자 대표는 “그동안 연구한 것을 상용화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 여성 경영인으로 경영 전반에 대해서 멘토링을 받기를 희망한다”면서 “선두 벤처기업들의 경험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는 7일 장터가 양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 및 벤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벤처의 성공적 창업이 또 다른 창업을 만들고 신규 창업자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함으로써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공 벤처기업이 초기 벤처를 이끌어감으로써 초기 벤처인이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실수를 막고, 이는 벤처산업 전반적으로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게 된다.

김영수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일자리 창출, 벤처 이미지 제고와 함께 선순환 벤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크게는 벤처강국을 조기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벤처기업협회는 7일 장터의 연장선상으로 선도 벤처기업과 신생 벤처기업 간 상생 모델인 ‘벤처기업 간 협력네트워크 구축사업’도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기술 급변 속에 외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일환이다. 선도 기업은 신생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신생 벤처기업은 선도 기업의 경영·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7일 장터가 예비 및 신생 벤처기업을 위한 모임이라면 벤처기업 간 협력네트워크 구축사업은 차세대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선도 벤처기업과 그동안 개발한 아이디어의 상용화를 희망하는 초기 성장단계 벤처기업을 위한 사업이다.

협력네트워크 구축사업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정부 예산 지원으로 선도 벤처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전개한다. 컨설팅은 성장 정체 또는 성숙기에 진입한 선도 벤처기업이 신성장동력원 발굴 또는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 한계점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파악한 선도 벤처기업의 신기술 개발 수요와 신생 벤처기업과의 제휴 시너지 등을 고려해 매칭작업이 전개된다. 협력 과정에서 선도 벤처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신생 벤처기업은 선도 벤처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전수받는다.

협회는 이 사업을 위해 NHN·주성엔지니어링·디스플레이테크 등을 선도 벤처기업으로 선정했고 지속적으로 추가 중이다. 선도 벤처기업은 코스닥 상장사와 매출 1000억원 이상인 벤처천억클럽 회원사가 주요 대상이다.

금융권의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이 자금을 통해 선도 및 신생업체의 공동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간 매칭지원 전문업체인 비즈하스피탈 변종원 대표는 “선도 벤처기업은 더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신생기업은 선도기업과 함께 일하기를 희망한다”며 “두 기업군 모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벤처업계는 이 사업이 미국에 비해 미진한 한국 벤처산업의 M&A가 활기를 띠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벤처 멘토링 나서는 기술보증기금

대표적인 기술벤처 금융지원기관인 기술보증기금도 최근 벤처기업 동반자를 선언했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십년 지원하는 과정에서 쌓은 나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증을 이용하는 초기 기술벤처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 사업명은 ‘우수기술창업자 합동지원 프로그램’.

기술보증기금이 창업진흥원·기업은행과 공동으로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예비기술창업자의 경영 한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했다. 이들 기술창업자가 창업 그리고 초기 경영 과정에서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다양한 창업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한다.

창업진흥원에서 예비기술창업자를 선별해 추천하며, 기보가 평가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지원은 크게 창업 전 멘토링과 창업 후 멘토링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아직 법인 등록을 안 한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업 전 멘토링 프로그램은 창업 정보제공, 사업 타당성과 수행가능성 검토, 소요자금 파악 및 조달방안 안내 등으로 이뤄진다. 한 번도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도 쉽게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업 후 멘토링 프로그램은 새롭게 창업한 기업인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 인증 및 지원사업 안내에서부터 기업의 경영 및 기술지도를 펼친다. 기보는 지난달 진흥원으로부터 260개 기업 또는 개인을 추천받았고, 이들 가운데 적정 대상자를 선별작업 중이다.

기보는 경험은 없지만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창업자가 창업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이 창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이기원 기보 이사는 “기술 또는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이 창업 준비단계부터 창업 자금을 조달해 성공할 수 있도록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며 “기보의 멘토링을 통해 기술창업의 성공률을 높여 창업투자 손실을 막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숭실대 미디어대학원에 재학 중인 예비창업자로 프로그램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박창범(29)씨는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기술 전문 기관에서 멘토로 나서준다니 초기 경험부족에서 나타나는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표>벤처7일장터 멘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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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벤처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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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벤처7일장터가 이달 7일 서울 학여울역 SETEC에서 열렸다. 멘토와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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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벤처7일장터가 이달 7일 서울 학여울역 SETEC에서 열렸다. 멘토와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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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벤처7일장터가 이달 7일 서울 학여울역 SETEC에서 열렸다. 멘토와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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