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언젠가는 지나가는 겁니다.”
김동녕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세예스24홀딩스의 실적은 화려하다. ‘미국인의 3분의 1’이 입고 ‘1초에 5벌씩’ 팔린다는 한세실업과 국내 온라인문화콘텐츠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예스24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간개발연구원이 연 조찬강연에서 100여명의 CEO들에게 ‘긍정의 리더십’을 설파했다.
“저는 ‘긍정’이란 말을 좀 더 실감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실패 경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언뜻 들으면 앞뒤가 안 맞는다. 그의 말대로 28세에 창업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은 1979년 2차 오일쇼크라는 악재를 겪고 부도를 냈다. 실패가 남긴 아픔은 작지 않았고, 김 회장 인생의 고비였다.
“부도를 겪어본 사람은 얼마나 무서운지 압니다. 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고, 해외에는 출국금지가 됩니다. 부도가 갑자기 어느 날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1년쯤 전부터 자금줄이 조이고 경영이 나빠지면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때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3년 뒤 그는 ‘한세실업’으로 다시 일어섰다. 오늘날의 그 한세실업이다. 김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믿음, 희망, 이런 것들을 잃어버렸다면 오늘의 위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불황 이야기를 시작했다.
“불황의 시작을 보면 기업 입장에선 정말 힘듭니다. 매출은 줄고 판로 없어지고…. 그때마다 제가 생각하는 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겁니다. 어떤 불황이 있었는지 한번 볼까요?”
그는 1배럴에 2~3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1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오일쇼크를 비롯해 대한민국 재벌 절반이 쓰러진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최근까지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다 지나갔습니다. 중요한 건 불황을 이겨나가겠다는 마음가짐과 불황이 끝난 뒤를 계획하는 자세입니다.”
김 회장이 2차 오일쇼크 3년 뒤 세운 한세실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어갔다. 그는 유학 시절 쌓은 뛰어난 영어실력을 토대로 직접 영업에 나섰다. 리바이스, 나이키 등 유명브랜드가 죄다 한세실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기면서 사세가 점점 확장됐다. 9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4개국에 공장을 두고 1년에 샘플만 24만장을 생산하는 거대 의류생산업체로 성장했다. 베트남 공장에만 1만5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한다. 또 2003년에는 예스24를 인수해 설립 5년째 적자를 이어가던 회사를 1년에 3800만여권의 책과 다양한 디지털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바꿔놓았다.
김 회장은 “불황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그 전의 모습과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황이 끝났을 때 그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회사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지론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긍정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한 CEO의 생활 습관. 그는 “부도 후 한 지인이 ‘24시간 일해서 무슨 새로운 생각과 긍정의 힘이 생기겠나’는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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